[유기동물 입양가족을 소개합니다]
<2> 옥상 방치견 '모리'와 '모모', 지자체 보호소 '두유' 입양자 윤의정씨
편집자주
매년 10만마리 이상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든 경우, 중대형견은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 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우반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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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밀인데요, 반려견들 목욕시키고 빗질할 때 가장 '힐링'이 돼요. 한 마리씩 눈 맞추며 얘기도 하고 스킨십도 하면서 둘 만의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윤의정씨
반려견 한 마리를 기르다 유기견 세 마리를 입양한 윤의정(56)씨는 반려견 네 마리를 기르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윤씨가 기르는 반려견들의 외모는 예사롭지 않다. 윤기 나는 긴 털에 앙증맞은 묶음머리까지 잡지나 TV에서나 볼 법한 스타일이다. 윤씨는 반려견의 털 관리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지만 네 마리의 특성에 맞춰 돌보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행복이 크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3일 윤씨를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만나 유기견 입양 과정과 양육 노하우, 예비 유기견 입양자를 위한 조언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씨는 2006년 가족과 캐나다로 이주한 후 라사압소 종 '두부'를 입양했다. 이전에 키웠던 개를 떠나 보낸 경험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반려견 입양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국에서의 녹록지 않은 생활은 그가 반려견을 입양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보러만 가기로 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입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입양 후 두부는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함께하는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1년 이상 지붕에 방치된 시츄 두 마리, 가족이 되다
2016년 귀국한 윤씨는 처음부터 유기견을 입양할 생각은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후원해오던 유기동물을 돕는 자원봉사단체인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유행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던 도중 우연히 두부를 닮은 시츄 종 가족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보게 됐고, 이는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시츄 가족은 1년 동안 옥상에서 방치된 채 길러졌어요. 원래 보호자가 출장 갔다 온다며 지인에게 맡기고 돌아오지 않은 거죠. 미용(털깎이)을 하지 않아 털도 덥수룩하고 건강관리도 안돼 아픈 곳이 많았대요. 원래 두 마리였는데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아 옥상에서 새끼 두 마리를 낳았는데 한 마리는 누군가 데려가고 세 마리가 구조됐다고 하더라고요."
윤씨가 마음에 둔 개는 세 마리 중 가장 어린 '살구'라는 이름의 강아지였다. 하지만 살구는 곧바로 입양가족을 만났고, 윤씨 가족은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살구의 부모견인 '모리'와 '모모' 역시 2017년 당시 두 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강아지였지만 둘 사이가 워낙 좋아 함께 입양 보내기를 유행사 활동가들이 원하면서 입양으로 쉽게 이어지지 못했다. 윤씨는 "이미 두부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두 마리를 입양할 생각도, 자신도 없었다"며 "하지만 남편이 모리와 모모를 보고만 오자고 설득했고, 결국 둘을 만난 후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 보호소 출신 '두유'까지 입양... "시간 두고 기다려 줘야"
윤씨 가족은 모리와 모모가 임시보호가정에서 낯을 많이 가렸다는 이야기에 새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이는 기우였다. 둘은 도착한 첫날부터 온 방을 뛰어다니고, 가족에게 뽀뽀를 해댔다. 윤씨는 "생각보다 적응을 빨리 해 안심이 됐다"며 "터줏대감 두부 역시 새 식구의 등장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잘 지냈다. 운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윤씨의 유기견 입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9년 우연히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를 보다 모모와 닮은 개를 발견하게 된 것. 그곳은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하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였고, 윤씨는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가족들을 설득해 개를 데려왔고, '두유'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두유는 처음에 와서 1주일 정도는 잠이 쏟아져도 불안해서인지 잠을 자지 못했고, 다른 개들과 잘 지내는 데는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며 "이는 사실 짧은 기간에 속한다. 개가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두부와 모리, 모모, 두유 모두 긴 털을 유지하며 관리하는 이유는 뭘까. 윤씨는 캐나다에 살면서 길렀던 두부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캐나다는 반려견 미용실이 멀고 비용도 비쌌다"며 "두부도 미용실 가는 걸 워낙 싫어해 털을 길러보니 관리도 잘되고 두부도 편안해 했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쌓인 두부의 털 관리 노하우를 모리와 모모, 두유에게도 적용해본 것이다. 그는 "털이 엉키지 않도록 하루에 한번만 빗질을 해주면 된다"며 "다만 산책을 다녀오면 털을 씻고 말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며 웃었다.
"유기견 입양,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결정하길"
네 마리의 개들은 윤씨의 생활패턴을 바꿨다. 그는 "심장병이 있는 두부를 챙기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며 "그래도 개들 때문에 내가 산다고 말한다. 내가 아프면 안되니 더 챙겨먹고 운동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유기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키우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윤씨는 "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시간뿐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라며 "사람 아이는 일정 나이가 지나면 부모의 손이 덜 가지만 동물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심심하고 외롭다고 입양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당장 예쁘고 귀엽다고 데려와선 안 된다"며 "입양 전 마지막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의 슬픔까지 고려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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