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스타트업 등 특별연장 근로" 등 담아
노동시간 늘리기 내세워, '주120시간' 허언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관행처럼 자리잡은 '중간착취'.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파견·용역 등) 노동자가 겪는 임금착복은 과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사라질 수 있을까.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각 당의 대선 주자에게 중간착취 근절이 공약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번엔 실제 공약으로 탄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대선 후보의 정책공약집을 찾아봤다.
앞서 한국일보의 질의에 중간착취 근절 방안을 답변서를 통해 밝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정책 공약집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노동 관련 정책이 발표되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고 했었는데, 공약으로도 중간착취 근절 방안을 담지 않았다.
한국일보에 보낸 답변서에서 △적정임금제 △근로감독 강화를 약속했던 이재명 후보는 공약집에서 우선 공공부문 건설업에 시범 실시 중인 '적정임금제'를 공공부문 조달영역에 확대 도입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노동공약을 발표하며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민간부문 하도급까지 '적정임금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적정임금제는 건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노동자 임금이 삭감되지 않도록 발주자가 정한 금액 이상을 지급하는 제도다. 적정임금제가 민간으로까지 확대되면 은행경비원, 사립대 청소노동자, 제조업 사내하청 비정규직 등도 용역업체에 임금이 떼이지 않고, 원청이 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떼이는 금액이 매달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대상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근로감독관을 증원하는 등 중간착취가 사라질 수 있도록 촘촘히 감시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또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업무 등 필수업무는 정규직 고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했다. 중간착취의 원인이 되는 간접고용을 줄이고 원청의 노동자 직고용을 늘리겠다는 취지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실질적인 폐지를 약속했던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겠다'라는 공약을 냈다. 간접고용으로 노동자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원청이나 모회사도 공동사용자로 인정, 노동조합법 상 의무를 지고 '평등수당 제도'도 도입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남용억제와 임금의 중간착취 근절'을 공약했다. 구체적으로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임금명세서와 하도급비 구성 항목의 투명한 고지를 약속했다. 또 인건비에서 공제 가능한 수수료율도 명시, 중간착취를 아예 법적으로 막을 계획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윤 후보와 단일화 합의를 이루면서 이런 중간착취 공약의 실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주요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답변을 거부했던 윤석열 후보는 공약집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베일을 벗은 윤 후보의 노동 관련 공약은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가 핵심이다.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또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 포함', '전문직 직무, 고액 연봉 근로자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의 내용이다. 윤 후보는 주120시간 노동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공약들로 보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민의힘 공약집에는 중간착취는커녕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해 비정규직 규모는 902만명으로 2020년에 비해 6.34%(53만8,000명)나 늘었고, 전체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42%에 달하지만 윤 후보에게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공약은 전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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