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미국’ vs 드러나는 ‘미국의 힘’
편집자주
러시아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유럽에서 안보지형이 격변해 '신냉전'이 현실화하는 지금, 전쟁과 관련한 각 주체들의 성적표가 갈리고 있다.
미국을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일성으로 내놓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전면전이 발생한 지금 미국의 뜨뜻미지근함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첫 국정연설에서 전쟁에 놀란 미국인을 향해 "여러분이 알기를 바란다. 우리는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다"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충돌에 개입하고 있지 않고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파병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단선적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베테랑’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및 앵글로색슨 ‘혈맹’ 영국, 인도-태평양에서 일본과 한국을 대(對)러시아 제재 전선에 동참시킨 것이 한 예다. 각국의 사정은 다르지만 미국이 꺼내 든 반(反) 권위주의 또는 민주주의 국가 ‘단합’에 녹아들게 만든 셈인데, 이런 막후 조정이 25년 만에 열린 2일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규탄 결의안이 압도적 가결되도록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세계경제 영향력을 무시하는 세력은 재앙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중이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국제송금·결제시스템 ‘스위프트' 제재가 비근한 예다. 무역시장에서 러시아의 팔다리를 잘라 내 숨통을 조이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침략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지난달 25일 미 재무부)” 제재 리스트에 올리며 ‘폭군’ 대열에 올렸다.
정보전에서도 미국은 돋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이던 지난달 16일을 러시아의 침공 예정일로 공개해 국제사회 대비를 주의환기했다. 시점은 빗나갔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날짜를 지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시아의 침공 방향을 예측하고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까지 미리 공개한 일련의 대응은 푸틴의 권력 ‘이너서클’ 안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경고였다. 개전 후에는 러시아군의 이동 상황 등을 우크라이나에 전하면서 효과적 방어에 일조하고 있다는 칭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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