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 대응...효과 제한적일 것"
의원들은 벌집 쑤신 듯한 분위기
"극적으로 지지층 결집" 희망도
대선 막판 스퍼트를 준비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 소식은 날벼락이었다. 우선 ‘반(反)윤석열 연대’ 구축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을 꽁꽁 묶으려던 전략이 무산됐다. 단일화 바람을 타고 정권 심판 민심이 치솟을 가능성도 민주당은 걱정한다.
민주당이 당장 준비한 전략은 두 가지. ①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급작스러운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해 효과를 반감시키고, ②범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되 요란을 떨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는 단일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그 만큼 다급했다는 뜻이다. 회의 결과를 전한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의 표정은 담담한 듯 비장했다. 그는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단일화를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면서 “선대위는 차분히 대응하되 비상한 각오와 결의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효과에 대해 우 본부장은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가 보였던 갈등과 단일화 협상 과정이 아름답지 않았고, 대체 어떤 내용으로 합의를 했는지도 모르는 채 통합을 진행했다"며 "이는 지지자와 국민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층의 동요를 우려해 선거 전략을 급변경하진 않기로 했다. 이 후보는 서울 유세 일정을 변동 없이 진행했으며, 4일 강원 유세 일정도 일부만 축소해 예정대로 소화한다.
선대위 "차분한 대응" 강조하지만...SNS에 나타난 충격파
선대위는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종일 벌집을 쑤신 듯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안 대표를 향해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 윤석열 되면 손가락 자른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김승원 의원은 “이렇게 쉽게 변하고 표리부동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될까. 차라리 거름이 되시라”고 꼬집었다.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나약한 먹물의 배신”이라고 혹평했다.
"정권교체 구도 선명해질 것" 위기감
단일화를 계기로 ‘정권교체 대(對) 정권연장’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윤 후보와 안 대표가 함께 유세차에 올라 정권 심판을 외치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윤 후보의 '정치 초보' '무능' 이미지도 희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 구도에 맞서기 위해 내세웠던 정치교체론도 빛이 바래게 됐다. 민주당이 통합정부 구성과 분권형 개헌 추진 등 정치개혁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며 공을 들인 건 윤 후보와 안 대표를 갈라 놓기 위해서였다.
민주당은 단일화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자리 나눠먹기 식 단일화에 염증을 내는 중도층을 겨냥해 명분 없는 야합임을 좀 더 강하게 공론화해야 한다"며 "정치 개혁을 요구했던 원로와 시민사회와도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단일화 철회처럼 지지층 결집 기회로 삼자"
'전화위복'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가 투표일 전날 단일화 합의를 철회한 것이 지지층을 결집시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해피엔딩 드라마에 민주당은 주목한다. 윤건영 의원이 MBC라디오에 나와 “단일화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심각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칼럼을 내고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한 것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일조했다고 돌이켰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가 될지 상상이 되느냐”는 경고도 했다. 범여권 유권자들의 총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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