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한령 이후 첫 심의 통과 사례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3일부터 방영된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나온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국 드라마가 중국 당국의 심의를 통과한 첫 사례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매체인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이날 오후 8시부터 방영한다고 밝혔다. 손예진·정해인 주연의 이 드라마는 2018년 JTBC에서 방영돼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오는 5월에는 이 드라마의 중국판 리메이크 작품도 아이치이를 통해 방영된다.
2017년 본격 시행된 중국의 한한령 이후 한국 드라마가 중국 광전총국(방송 규제 당국)의 심의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초 드라마 '사임당'이 먼저 방영되긴 했지만 이는 한한령 이전인 2016년 11월 이미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었다.
외교가와 관련 업계는 '한한령의 본격적 해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중 간 문화 교류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중국 측에 요구해왔다. 중국 정부 역시 양국 간 우호적 분위기를 되살릴 기회라는 데 공감해온 만큼 이번 조치는 수교 30주년을 염두에 둔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5월 엑소 맴버인 세훈이 출연한 중국의 판타지 멜로 영화 '캣맨'의 온라인 상영을 허가했고, 지난달에는 영화 '오! 문희'가 한국 영화로는 6년 만에 중국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다만, '전면적인 한한령 해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한한령은 물론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정할 경우 한한령의 직접적 원인인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한한령 해제를 공식 선언하기 어려운 만큼 한류 콘텐츠 유통을 조금씩 풀어주며 살라미식 규제 해제를 시도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성환 저작권위원회 중국사무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됐다고 피부로 느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류 콘텐츠 유통의 물꼬가 조금씩 트이고 있고,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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