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할인점 ‘돈키호테’가 지상파 TV가 나오지 않는 텔레비전을 판매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TV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반쪽짜리나 다름없지만 일부 매장에서 매진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해당 상품은 작년 12월 첫 발매된 ‘42V형 안드로이드TV 기능 탑재 풀HD 튜너리스 스마트TV’라는 긴 이름의 제품으로, 가격은 3만2,780엔(약 34만 원)이다. 인터넷과 연결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OTT서비스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시청할 수 있지만, 지상파 수신 튜너가 들어 있지 않아 공영방송 NHK나 민영 지상파 방송은 볼 수 없다. 하지만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팬퍼시픽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 TV는 지난달 초까지 1억 엔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인기 비결은 ‘NHK에 수신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있다. NHK 수신료는 계좌이체나 신용카드 결제 등으로 할 경우 지상파 계약은 월 1,225엔(약 1만3,000원), 위성방송 계약은 2,170엔(약 2만3,000원)이다. 과거 두 차례 인하한 금액이고 내년에도 10% 정도 내릴 계획이지만, 한국의 공영방송 KBS 수신료(월 2,500원)에 비해 5~9배나 비싸다. 수신 계약을 하지 않은 가정에 집요하게 찾아오는 수납원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NHK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 된다.
일각에선 “그래도 TV인데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NHK는 한 IT 전문매체의 질의에 “방송 수신 기능이 없는 설비는 방송법 64조 1항에 규정된 ‘수신 설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방송 수신 계약을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튜너 설치 여부가 수신료 징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얘기다.
다만 NHK가 앞으로도 튜너가 내장된 TV에만 수신료를 징수할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가구당 평일 인터넷 이용시간은 TV 시청시간을 처음으로 초과했다. 방송 대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트렌드가 일반화한 만큼, NHK가 법 개정 등을 통해 튜너가 없는 TV는 물론 스마트폰이나 PC에서도 NHK 콘텐츠를 제공하고 의무적으로 시청료를 징수할 방법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NHK는 내달부터 TV가 없는 사람이나 거의 보지 않는 사람의 시청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실증 실험을 할 계획이다. 방송 관련 저널리스트인 오다기리 마코토 씨는 “어떤 형태라도 스마트폰 보유자로부터 수신료를 받지 않으면 장래에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하지만 이런 흐름에 당연히 반발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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