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이 한국에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이 대선 국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20·30대 남성과 여성층이 성평등 이슈를 놓고 정반대로 갈라선 풍경을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온라인판에서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20대 남성들의 주장과 관련, “게임부터 정치까지, 남성이 모인 익명게시판”이라며 'FM코리아'를 소개한 뒤 “2030의 시대정신은 반 페미니즘이다. 불평등하게 여성만 우대하는 조치를 모두 없애자”와 같은 글이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이 내보낸 TV 광고를 함께 소개했다. 취직 활동 중인 젊은 남성이 면접에서 활발하게 말하는 여성을 쳐다보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이 들어있다. 아사히는 “국민의힘 측은 특권계급 부모를 둔 자녀를 소재로 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취업 활동에 군 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이 더 유리하다는 20대 남성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해 지지율이 상승했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젊은 남성의 ‘역차별론’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자 2030 여성들은 위기감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백래시 규탄단체 '해일'의 시위에 나온 25세 여성이 “후보자들이 젊은 남성 커뮤니티의 주장을 여론화해 여성을 공격하고 있다. 여성혐오에 기초한 포퓰리즘으로 흐른 것이 문제”라고 말한 대목을 사례로 전했다.
신문은 또 “젊은 여성이 결혼과 출산, 급료 수준이나 승진 등에서 높은 장벽에 부딪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남성의 반발을 비난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정”이라는 20대 대학원생 남성의 말도 전했다. “(취직 등) 당장 눈앞의 일에 바쁜 20대 남성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문제”라는 것이다.
신문은 민주화가 실현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고 1998년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젠더 정책이 가속화하는 등 성평등을 향한 노력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8년 대형 은행들이 점수를 조작해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는 등 아직 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의 여성 관리직 비율은 20%에 불과하고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 시간은 여성이 남성보다 2시간 13분 더 많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신문은 “젊은 세대의 취업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 구조적 문제”라면서 “반 페미니즘 주장은 진짜 문제를 외면하고, 정치권에서 접근하면 더 과열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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