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료 채취 강도 시험 결과
설계 강도 75%에도 못 미쳐
연쇄 붕괴 원인 중 하나로 지목
지난 1월 11일 연쇄 붕괴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201동 16개 층 가운데 10여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콘크리트 품질 불량이 연쇄 붕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7일 붕괴층(23~38층) 벽과 슬래브 등에서 콘크리트 시료(코어)를 채취해 강도 시험을 실시한 결과, 10개 층 이상에서 기준치(24㎫)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발생 28일 만인 지난달 8일 실종자(6명)가 모두 수습된 직후 붕괴층마다 3개씩의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해 한국건설생활환경 시험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붕괴가 시작된 층에서 가까운) 일부 층의 콘크리트는 설계 강도의 75%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또 다른 층은 기준치를 충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구조설계(강도설계법) 일반사항(KDS 14 20 01)'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강도는 3개 코어의 압축 강도 평균값이 설계 강도의 85% 이상, 본보기마다 최저 75%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붕괴층 콘크리트 품질 불량에 대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연쇄 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최근 재해 조사 의견서를 통해 연쇄 붕괴 원인으로 연속 충격 하중, 건물 구조적 취약성(무량판 공법), 콘크리트 품질 불량(설계 강도 미충족)을 꼽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또 붕괴층 콘크리트의 국부적 품질 불량도 연쇄 붕괴 원인으로 추정했다. 실제 붕괴층의 슬래브를 보면 철근만 생선 가시처럼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레미콘 품질 불량으로 인해 콘크리트와 철근의 부착 강도가 떨어져서 생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 공급된 레미콘 품질이 건물 붕괴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불량 골재 사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실제 사고 직후 광주 지역 골재업계에선 "광주·전남 지역의 콘크리트 레미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뒷말이 돌았다. 레미콘을 만드는 원료인 모래에 토분(土粉)이 많이 섞여 있어서 시멘트와의 배합을 방해하고 레미콘 접착력까지 떨어뜨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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