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르웨이산 연어부터 밀가루까지...우크라 사태가 위협하는 '밥상 물가'
알림

노르웨이산 연어부터 밀가루까지...우크라 사태가 위협하는 '밥상 물가'

입력
2022.03.07 19:30
0 0

러시아 하늘길 막혀 연어 가격 급등
명태, 대게 등 러시아산 생선도 오름세
밀가루 가격 14년 만에 최고

세계 3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흑토의 밀밭.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3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흑토의 밀밭.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수산물부터 밀가루까지 먹거리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당장 수입 수산물 가격이 뛰는 데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책임지는 현지 밀 농사 차질로 인한 곡물 대란까지 우려된다. 지난해 급등한 '밥상 물가'에 또 한번 심각한 위협이 몰아치고 있다.

러시아 수입의존도 높은 수산물 비상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산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냉동 명태 1마리당 소매 가격은 2,613원으로, 일주일 전(2월 28일) 2,413원보다 8.3% 상승했다.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러시아산 냉동 명태 7통(35~38마리) 낙찰가 평균도 지난 3일 3만5,800원에서 나흘 만에 4만100원으로 12%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수입의존도가 96.1%에 달하는 명태는 식탁에 자주 올라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품목 중 하나다. 이외에 대게(100%), 대구(93.6%), 명란(89.2%), 북어(92.7%) 등도 러시아 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산물이다.

노르웨이산 연어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도매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 인상 안내문. 홈페이지 캡처

노르웨이산 연어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도매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 인상 안내문.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 하늘길이 막히면서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도 급등했다. 노르웨이 생연어를 직수입하는 인천의 한 도매업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을 두 번이나 인상했다. 식당에서 회로 만들거나 각종 요리에 활용하기 편한 생연어 필렛(덩어리)을 5팩 이하로 구매할 경우 지난달 25일에는 1㎏당 2만9,400원을 받았으나 이달 4일에는 3만1,500원으로 2,100원 올렸다. 이어 사흘 만인 이날 3만7,000원으로 다시 5,500원 인상했다. 불과 열흘 만에 가격이 25%나 뛴 것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항공운임 폭등으로 도매가가 70%가량 오르며 연어 가격이 하늘을 뚫었다"며 "지난주에는 원래 들어와야 하는 물량의 30%밖에 오지 못했고, 이번 주도 80%에 그쳤다"고 말했다.

지구촌 밀 34% 생산하는데...우크라 농산물 '수출허가제'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현재는 수산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지만 앞으로는 밀가루가 원료인 식품 가격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밀가루 가격은 세계 식량위기를 맞았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물거래소인 시카고무역위원회(CBOT)는 5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이 1부셸(27㎏)당 12.3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말보다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2008년 3월 12.49달러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세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시장의 34.1%를 차지한다. 하지만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농지는 방치됐고 밀을 비롯한 농작물 수출 항구는 막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밀 가격은 55% 급등했다. 곡물 가격 폭등이 이어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6일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달걀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하는 무역업자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밀 공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태를 주시 중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밀은 대부분 북미산, 호주산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적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지만 장기화될 경우가 문제다. 국내 한 제분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밀을 사던 나라들이 미국 캐나다, 호주로 옮겨가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이미 조금씩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호주의 밀 작황 악화로 야기된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전쟁은 예측이 어려워 더 큰일"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중 밀가루 가격 상승을 각오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창윤 미국소맥협회 한국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인 작년 말부터 밀값이 계속 뛰었는데 이번 사태로 불난 데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며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밀가루 가격은 상반기에도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줄이 가격을 올린 식품업계는 당장 라면, 과자 등 밀가루 기반 제품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라면값은 가계에 민감한 제품이라 밀 가격이 그간 계속 올라도 유지하다 13년 만에 올렸다"며 "밀가루뿐 아니라 팜유, 대두 가격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이소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