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많이 보았던 겨울이었습니다. 바람 없는 날, 양지에서는 따뜻한 볕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지요. 마침 경칩도 지났습니다. 칩거하던 개구리가 놀래 튀어나온다는 봄이지요. 우리는 생물을 보전하면서 항상 그 가치에 주로 주목했습니다. 어떤 가치가 있느냐, 이득은 무엇이며 보전해야 할 타당성 제시에 목말라 합니다. 저는 자연 자체로서의 존재 이유에 관해 설명하려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독수리가 사라져 사체와 함께 늘어나는 들개들과 광견병과 같은 전염병 전파에 대한 문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종 다양성 감소의 문제 등을 말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생물이 가진 독성 자원 활용의 가장 대표적 사례를 들어보라면 저는 보톡스를 먼저 꺼내 듭니다. 보톡스 시술은 세균이 만들어내는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하여 신경 전달을 막아 근육 수축을 완화시키는 것이죠. 물론 이 독소는 엄청나게 많은 물새들을 죽이기도 하는, 가장 강한 극독물질에 해당합니다. 자연계 독소를 우리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죠. 이러한 독소는 세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양서류도 그 대상이 되죠.
전 세계 개구리와 도롱뇽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양서류라 부르는 이 분류군은 물과 뭍에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이나 뭍에서 살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물과 뭍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양서류가 논이나 계곡과 같은 물에만 서식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열대의 많은 양서류는 숲 안에 서식하는데, 열대 숲은 목재와 목축, 팜유 생산과 광산폐수 등의 이유로 매우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항아리곰팡이의 전 세계적 확산도 문제입니다. 물에 사는 이 곰팡이는 실험용 아프리카발톱개구리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반도가 이 곰팡이의 시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들도 나왔습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개구리를 매월 10만 마리 이상을 판매한 적도 있고, 무당개구리는 애완용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얻기도 한 바 있죠. 이때 질병이 퍼졌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곰팡이는 양서류 피부의 케라틴을 공격하고, 손상된 피부를 통해 전해질을 잃게 되고, 피부호흡은 불가능해져 질식합니다.
항아리곰팡이 확산에 따라 전 세계 양서류들은 멸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중남미에 서식하는 할리퀸두꺼비입니다. 이미 확인된 종 중 40%가 멸종된 것으로 보이며, 우리가 모르는 종까지 추가한다면 45% 정도는 멸종했다고 추정합니다. 많은 할리퀸두꺼비 종들은 독을 만들거나 이용하는데, 어떻게 독소를 얻고, 합성하고 또는 테트로도톡신과 같은 독소생성 피부세균을 유지하는지, 자신들은 왜 공격받지 않는지를 우리가 알지도 못한 사이에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소를 지닌 양서류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화학적 다양성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생물다양성을 지킨다는 것이 그리 낭비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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