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기에서도 구동이 어려운 고사양의 그래픽
중국과 북미, 유럽 등에도 확보된 폭넓은 이용층
지난해 매출 10억8,000만 달러, 세계 모바일 게임 3위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갤럭시S22' 제품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성능제한 논란 속에 중국 인기 모바일 게임인 '원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을 비롯한 해외 정보기술(IT) 전문매체에서 '갤럭시S22' 성능 측정에 '원신'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중국 모바일 게임이 최신형 스마트폰 게임의 성능 측정에 이용됐단 사실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개발사 미호요의 액션 롤플레잉게임(RPG) 원신은 지난 2020년 출시 이후,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 성능을 확인하는 척도로 활용돼왔다. 원신의 공식 권장사양은 안드로이드 기준 스냅드래곤 845 이상, 애플 iOS의 경우 A11 이상이지만 현재까지 나온 최신형 모바일 기기에서조차 원활한 풀옵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높게 요구된 그래픽 사양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GOS 논란을 촉발시킨 최초의 커뮤니티 게시글 또한 원신에서 비롯됐다. 공표된 측정치보다 더딘 갤럭시S22의 성능에 의문을 느낀 한 이용자가 성능 측정(벤치마크) 응용소프트웨어(앱)의 이름을 '원신'으로 바꿔 벤치마크를 돌려본 결과, 앱 이름을 변조하지 않았을 때의 점수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결과가 나온 게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GOS는 스마트폰에서 게임 등 고사양의 앱을 실행할 경우 자동으로 작동, 그래픽처리장치(GPU)나 해상도 등 주요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막아주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고사양 앱 실행으로 인한 발열과 과도한 배터리 사용에 대비한 예방 차원에서 GOS를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스마트폰 최대 성능을 강제로 제한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뒤늦게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까지 예고되면서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구권에서도 인기... 중국 게임 성장 보여주는 상징
고사양 모바일 게임의 대표작으로 올라선 원신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인된다. 지난 2020년 9월에 출시된 원신은 이후 1년 만에 누적매출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를 돌파한 메가히트작이다. 원신은 출시 초기만 해도 카툰렌더링(만화처럼 표현한 그래픽), 이용자의 자유도를 보장하는 '오픈월드' 등의 특징 때문에 일본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표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방대하고 매력적인 세계관, 캐릭터들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 등으로 기술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과도한 상업성으로 비판받은 국산 게임과 달리 '무과금' 이용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 게이머들과 소통을 통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앱 전문분석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지난해 매출 10억8,000만 달러(1조3,000억 원)를 기록,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3위에 올랐다. 나란히 1, 2위에 오른 화평정영이나 왕자영요의 대부분 매출이 중국 내에서 나오는 데 반해 원신의 경우엔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 널리 퍼진 이용자층은 원신을 고사양 스마트폰 성능 측정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기존 게임강국인 미국이나 일본, 한국 작품이 아닌 중국산 원신이 스마트폰 성능 측정의 ‘기준점’으로 올라섰단 사실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신을 필두로 한 중국 게임의 성장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원신의 흥행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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