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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만 10만 달러인데..." 우크라 사태에 속만 타는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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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만 10만 달러인데..." 우크라 사태에 속만 타는 中企

입력
2022.03.09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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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출 의존도 30% 이상 중소기업, 891개
피해사례 중 대부분이 '수출 대금결제 미회수'
"러시아 디폴트 선언하면 돈 받을 길 없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한 행인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2일째인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 한 행인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 발주기업한테 받아야 할 대금만 6만 달러입니다. 제품 제작에 들어간 원자재 비용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10만 달러가 넘는데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금속부품 가공용 공작기계 제작 전문 중소기업인 A사 관계자가 악화일로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전한 심정은 괴로움에 가까웠다. 러시아 수출 비중이 30%에 달한다고 전한 그는 “러시아 기업들이 돈을 주기 어렵다는 얘기만 한다”며 “러시아가 디폴트(국가 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 아예 수출 대금을 떼이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서방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 퇴출 조치로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길이 막힌데다,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진 러시아 기업들이 수출대금 지급까지 중단하면서 경영 악화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들의 줄도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 고위험 중소기업 현황에 따르면 대(對) 러시아 수출 의존도가 100%인 기업은 300개, 30~99%인 곳은 591개에 달했다. 러시아는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 규모 기준 10위에 해당된 국가로, 품목별 비중에선 자동차(중고차) 24.4%, 화장품 9.9%, 철강판 5.1%, 자동차부품 4.7% 등을 차지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고차와 철강판의 러시아 수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었다”며 “해당 업계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국내 중소기업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수출 대금결제 지연과 중단이다. 한국무역협회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접수된 피해사례(346건) 중 절반 이상(193건)이, 중기부에 접수된 피해사례(44건)에서도 70%(31건)가 대금결제 미회수였다. 실제 국내 기계장비 업체인 B사는 러시아 공장에 납품해야 할 제품을 완성하고 출하를 준비 중이었지만, 러시아 국책은행이 스위프트에서 배제됐다면서 거래처에서 대금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러시아행 물류 중단과 수출 감소도 중소기업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중소기업 C사는 수출품 선적 직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아예 러시아로 물건을 보내지 못해 대금을 받지 못했고, 화장품 업체인 D사는 러시아 기업과 올해 총 3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중 3분의 1을 출하하는데 그쳤다.

러시아 정부가 이날 자국 기업들의 외화 채무를 달러 대신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게 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이나 해외 계약은 달러 결제가 원칙이어서 루블화 가치 등락은 평상시에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루블화가 달러 당 70~80루블 수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155루블로 90%나 가치가 급격히 폭락한 상황에서, 루블화로 수출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건, 환차손에 따른 피해는 사실상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돌리겠다는 셈이다. 조용석 한국무역협회 현장정책실장은 “더욱이 국내 은행권에서 루블화 환전을 중단해서 중소기업들이 루블화를 받더라도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며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사실상 대금을 받을 길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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