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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자처한 中...실추된 대국 위신 회복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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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자' 자처한 中...실추된 대국 위신 회복 제스처

입력
2022.03.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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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 평화 건설자는 우리"...중재론 띄우기
실행 구체성은 결여..."직접 개입 하지 않을 전망"
인도적 통로 개설 논의에도 뒤늦게 숟가락 올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NPC)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NPC)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중재자론'을 띄우고 나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묵인했다"는 국제사회 비판을 흐리기 위해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지만, 현재로선 '레토릭(외교적 수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매체들은 8일 전날 열린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기자회견과 관련, "대국의 면모를 보여줬다"며 자화자찬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왕 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평화와 대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 용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필요할 경우 국제사회와 알선(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가는 곳마다 분란을 만드는 미국과는 다르다"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필요할 때 국제사회와 협력해 필요한 조정을 수행할 용의가 있다"며 중재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서방의 냉전식 태도에서 비롯됐다"며 그 책임을 미국에 전가했고,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혹에는 "순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새롭게 꺼내든 중재자론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노력해도 결국 러시아는 (중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도 "(당장)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체면치레용 외교적 제스처일뿐 실제 교섭에 나설 가능성은 당장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은 구체적인 중재 계획 대신 '인도적 위기 예방'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장준 주유엔 중국 대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인도적 위기를 예방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도적 통로의 안전을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 부장 역시 회견에서 △인도주의 행동의 중립성 준수 △피난민 지원 △실질적인 민간인 보호 △구조활동 보장 △외국인 안전 보장 △유엔의 인도주의 활동 지원 지지 등 우크라이나에서의 대규모 인도적 위기 예방을 위한 6대 제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피란민 '인도적 통로' 개설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왕 부장의 제안은 다소 원론적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인권 문제까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동참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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