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 명확해야 선거무효 검토 가능
선거 때마다 문제 삼았지만 모두 인정 안 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급 박빙 승부'가 펼쳐지면서 이번에도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복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까지 제기돼 과거보다 소송 규모와 강도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7일 대법원에 제20대 대통령 선거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4일과 5일 사전투표에서 사용된 투표지가 법이 규정한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를 기재해 전면 무효라는 주장이다.
QR코드를 인쇄한 투표용지를 둘러싼 위법 여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민경욱 전 의원 사건에서 "사전투표지 QR코드를 검증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초박빙 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투표지 양식과 개표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전투표를 둘러싼 부실관리 논란도 무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들은 지난 4일과 5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않고 임의로 마련된 종이박스나 쇼핑백 등에 넣어야 했다. 한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2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1조 2항에 따라 선관위가 마련한 '임시 방편'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158조 4항에선 직접·비밀선거 원칙을 적용해 '사전투표의 경우에도 선거인이 회송용 봉투에 (투표지를) 넣어 봉합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원칙이 깨졌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책임 규명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차와 부실관리 투표지 규모에 따라 무효 소송이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대선마다 선거불복 논란과 함께 대선무효 소송이 잇따랐지만, 실제 무효로 인정된 적은 없었다. 선거법 전문가로 꼽히는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대선은 지방선거와 다르기 때문에 근소차라고 해도 표차가 매우 크다"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대법원은 시민단체 대표 A씨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불법 선거운동으로 대선결과가 왜곡됐다며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기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18대 대선무효 소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소송 제기 4년 만에 각하됐다. 19대 대선이 무효라며 제기된 소송들도 각하되거나 불법이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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