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승부 유권자 식은 열기 반영”…주요 외신들 한국 대선 혹평

NYT "깊은 환멸을 안고 유권자들 투표소로 향해"
가디언 "무당·히틀러 그리고 상호 증오"
차기 정부 집값, 젠더, 북한 등 과제 산더미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유권자들이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해외 주요 언론들이 9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예상 득표율이 오차범위 내 초박빙으로 나타나자 로이터통신은 “출구조사 결과는 향후 5년간 국가를 운영할 지도자를 뽑는 이번 선거에 대한 ‘식은 열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어느 한쪽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깊은 환멸을 안고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후보의 선거운동이 부패와 가족문제 등으로 얼룩지면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부른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무당, 히틀러, 그리고 상호 증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다루며 이 후보 진영에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 무당들이 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진영은 이 후보를 현대사 최고의 독재자인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두 후보 중 누가 승리하든 5월 취임 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NYT는 “집값 상승, 취업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경제 불확실성, 젠더 갈등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환멸을 느끼는 대중과 싸워야 한다”고 전망했다.

미국 CNN방송은 9일 '페미니즘이 한국 대선에서 어떻게 핵심 이슈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젠더 갈등을 집중 분석 보도했다. CNN방송 홈페이지 캡처

미 CNN방송은 “이번 한국 대선에서 반(反)페미니스트가 부상했다”면서 성별 갈등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방송은 “세계 경제 10위권인 한국에서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고질적인 성 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AP통신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과의 공조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