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차 신승에 정국 격랑 예고
윤석열(62)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거센 정권심판 민심이 정권안정 여론을 누른 결과다. 의회 경험 없는 대통령 당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이다. 검사 출신 대통령 당선도 최초다.
윤 당선인은 개표가 98.15% 진행된 10일 오전 4시 현재 48.6%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을 확정했다. 개표 시작 8시간 만이다. 47.8%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불과 0.8%포인트, 약 26만 표 앞선 신승이다. 건국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가장 적은 득표율 차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4%를 기록했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분노 민심이 뜨거웠던 서울에서 50.3%를 득표하며 승기를 잡았다. 보수 텃밭인 대구ㆍ경북에서는 70% 넘는 지지를 받았고, 부산ㆍ울산ㆍ경남과 충남ㆍ북, 강원에서도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이 후보는 정치적 안방인 경기를 비롯, 제주와 세종에서 50% 넘는 지지를 받고 호남에서 80%대 몰표를 받았으나 역전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당선인의 승리로 1987년 이후 10년 주기로 반복된 보수와 진보의 정권 교체 패턴이 깨졌다. 민주당은 촛불 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이후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됐다. 이 후보는 인물론을 앞세워 맹추격 했으나, 강고한 정권심판 민심을 넘지 못했다.
종이 한 장 차 신승에 정국 격랑 예고
정국은 격랑에 빠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10%포인트 차 대승을 자신했지만, 개표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도 무거운 경고를 보냈다. 윤 당선인의 젠더 갈라치기 선거 전략을 여성과 중도층이 심판한 결과다. 유리한 선거 구도에서도 압승 기회를 놓침에 따라,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인 채로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5년 만에 민심의 불신임 통보를 받은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쇄신 요구에 직면했다. 패배 책임 소재를 두고 내분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최종 투표율은 77.1%로 집계됐다. 전국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3,407만1,400명이 투표한 결과다. 탄핵 여파로 투표율이 치솟은 2017년 대선(77.2%)에 근접한 기록이다. 역대 최고치를 찍은 사전투표율(36.93%)이 최종 투표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9일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윤 당선인과 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초접전을 벌였다. KBSㆍMBCㆍSBS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 윤 당선인은 48.4%, 이 후보는 47.8%를 기록했다. JTBC가 단독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윤 당선인과 이 후보 예상 득표율은 각각 47.7%, 48.4%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남성 유권자들은 윤 당선인(50.1%)에게 이 후보(46.5%)보다 많은 표를 몰아 준 반면, 여성 유권자들의 선택은 윤 당선인(46.6%)보다는 이 후보(49.1%)였다. 특히 20~50대 여성 유권자들이 결집해 윤 당선인의 반(反)성평등 기조를 심판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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