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를 패럴림픽 4강으로 이끈 수비수 장동신(46)이 강호 캐나다와의 결전을 앞두고 ‘무실점 경기’를 다짐했다.
대표팀은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국립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이탈리아와의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미국(1-9)과 캐나다(0-6)에 대패했던 대표팀은 대회 첫 승리를 신고하며 4강에 진출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은 2회 연속 메달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장동신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이탈리아 킬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경기 종료 2분 22초 전 터트린 쐐기골 포함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1피리어드 3분 30초 만에 중거리슛으로 팀의 선취득점을 올렸고 2피리어드엔 깔끔한 킬패스로 정승환의 골을 도왔다. 특히 3-0으로 앞선 3피리어드엔 총공세에 나선 이탈리아의 허를 찌르는 ‘원더골’을 넣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팀의 4골 중 3골에 관여한 것이다. 장동신은 4년 전 평창패럴림픽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3피리어드 막판 1-0을 만드는 짜릿한 결승골로 이 종목에서 사상 첫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장동신은 10일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만 만나면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긴다. 이번 경기 전에도 동료들이 ‘오늘 또?’ (골을 넣을 것이냐)라고 농담을 했는데, 진짜 골을 넣고 승리에 보탬이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킬러요? 이제 나도 인정합니다”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처음엔 펜싱으로 장애인스포츠를 접했다. 24세이던 2000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고 재활을 위해 펜싱을 시작했다. 2002년 부산 장애인아시안게임(사브르 은)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은, 동)까지 국내 정상급 검사로 활약했다. 2008년부턴 아이스하키에도 입문해 2010 밴쿠버패럴림픽부터 벌써 4번째 패럴림픽 출전이다. 장동신은 “펜싱도, 하키도 ‘찰나의 싸움’이다”라고 했다. 그는 “펜싱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칼을 막고 작은 빈틈을 찔러야 한다. 하키는 찰나의 찬스를 활용해 패스나 슛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간) 결승 진출을 놓고 캐나다와 리턴 매치를 벌인다. 캐나다는 2006 토리노패럴림픽(금메달)과 2014 소치(동메달), 2018 평창(은메달) 등 꾸준히 시상대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한국은 캐나다와 역대 전적에서 35전 35패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 지난 8일 예선전 맞대결에서도 0-6으로 완패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강한 압박과 거침없는 보디체킹으로 캐나다를 쉴 새 없이 괴롭혔다. 2피리어드까지 3실점으로 버티다 3피리어드부터는 이탈리아전에 대비해 주전들을 빼고 C조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점수가 벌어졌다. 캐나다 ‘캡틴’ 타일러 맥그리거(28)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온몸이 쑤신다”며 우리나라의 강한 압박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한국은 아주 빨랐고 보디체킹도 매우 강했다”면서 “2013년 한국과 처음 대결했는데 이후 엄청난 성장을 했다”라고 호평했다.
캐나다와 재대결을 앞둔 장동신은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캐나다전에서도 골을 기대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장동신은 “나는 디펜스(수비수)다”라며 웃었다. 그는 “골 넣는 수비수도 좋지만 일단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나의 임무”라며 “캐나다전 무실점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강주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