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민간 주도 성장 이뤄져야"
차기 정부의 단기과제 '물가 원자재 가격 안정' 꼽혀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빚어진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이례적인 상승 등을 포함해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감안된 요청이다. 악재만 산적한 현재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그간 강조해 온 시장 중심의 성장과 과감한 규제 개선 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주문이다.
전경련 "경제위기 극복하려는 국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경제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이견과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해 국가사회 발전과 경제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주기를 간곡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특히 "국제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평소 강조한 시장의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민간 주도 성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여주길 바란다"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차질 없이 완수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윤 후보의 당선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공정과 상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 혁파를 통한 민간 주도의 성장 패러다임을 확립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며 "경제계도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새 정부에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 입안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주기를 당부 드린다”며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세제개편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 변화에 발맞춰 무역구조 혁신과 수출의 역동성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내 기업들, "차기 정부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성장'"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에선 '성장'을 1순위로 꼽았다. 대한상의가 대선 직전 국내 기업 450곳에서 '새 정부에 바란다'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성장잠재력 회복ㆍ확충'을 택한 응답이 76.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정한 경쟁환경 보장'(71.8%),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67.8%), '법 제도의 선진화'(61.6%), '국가의 글로벌 위상 제고'(56.2%) 순이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성에 대해선 응답 기업 네 곳 중 세 곳이 '시장·민간 중심의 성장 유도'(73.8%)를 선택했다. 기업들은 경제 회복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로 '법·제도 및 규제 개선'(40.0%),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과 투자'(34.2%),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21.4%) 등을 차례로 꼽았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 즉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단기과제로는 '물가·원자재 가격 안정'(44.4%)을 가장 많이 택했고, '코로나19 피해 극복'(25.3%), '가계부채 관리'(1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IT 업계, 윤 당선인 승리에 '안도'..."탄력근로제 확대 도입돼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이날 윤 당선인의 승리에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보수정권이 다시 정권을 창출하면서 규제 완화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특히 반도체·전자 기업들은 가장 부담이 됐던 '탄소세' 도입에 윤 당선인이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탄소세는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인데, 삼성과 LG, SK 등 주요 IT 제조기업들이 주 타깃으로 꼽혀왔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전기를 사용해 탄소세 도입에 부담을 느껴왔다.
윤 당선인이 앞서 필요성을 피력한 탄력근로제 확대 도입도 IT 업계에 꼭 필요한 사안이다. IT 기업들은 제품 출시 직전 집중적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이 적용되면서 출시가 지연되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해외 IT 기업들은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쉬는, 보다 유연한 근무 형태를 일찍부터 도입하고 있다"며 "현장 상황에 맞게 기업들에 재량권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규제산업인 통신업계도 윤 당선인의 '최소 규제' 방식에 호응하면서 과감한 규제 혁신을 요구해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획일적 요금 인하 규제보다는 통신 서비스 향상을 위한 주파수 공급이나 5세대(5G) 설비 투자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차기 정부에서 합리적인 규제와 신산업 투자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업계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 지원을 강조했다. 글로벌 OTT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콘텐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내내 온라인 플랫폼 규제로 홍역을 치렀던 인터넷 업계 역시 대선 결과에 만족하는 눈치다. 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후보와 달리 윤 당선인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관련 최소 규제를 약속했던 만큼 업계에서는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또 윤 당선인 측이 평소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돈 버는 게임(P2E) 등 신산업 육성 의지도 드러냈던 만큼, 게임사들도 새 정부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IT·게임 관련 주식은 윤 후보 당선 소식에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 또한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규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등 소비자 보호를 언급하긴 했지만, 기업 자율성과 혁신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업계의 자율규제 노력 여하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