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한국과 스웨덴의 예선 10차전 마지막 경기. 스킵 고승남(37), 리드 백혜진(39), 세컨드 정성훈(44), 서드 장재혁(51), 윤은구(53)로 이뤄진 팀 장윤정고백은 10-4로 대승을 거뒀지만,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11개 팀 가운데 6위(5승 5패)로 상위 4개 팀이 나서는 준결승 진출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2위 노르웨이, 2018 평창 대회 동메달리스트 캐나다(4위) 등 강팀에 선전했지만,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됐던 라트비아, 슬로바키아에 패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특히 예선 2차전 스위스전에서 연장 끝에 7-8로 석패한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백혜진은 경기 후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다 마무리되니 시원섭섭하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라트비아, 스위스전이 아쉬웠다. 큰 무대가 처음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미스 샷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2018 평창 대회에 출전했던 서순석 오빠가 대회 후 ‘너무 아쉽다.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을 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이 자리에 오니 오빠가 왜 그렇게 아쉬워했는지 이해가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윤은구도 “이제야 몸이 풀려 시작인 것 같은데 모든 일정이 끝나버렸다”며 웃었다.
정성훈은 이번 대회 직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재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베이징에 올 수 있었다. 도착해서도 방 배정이 잘못되는 등 순탄치 않았다. 정성훈은 “경기 전 우여곡절을 겪었다. ‘액땜했으니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경기를 치렀다”면서 “해볼 만한 상대에게 패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팀 장윤정고백은 중국과의 예선 4차전에서 패(4-9)한 후 스킵을 바꾸는 초강수를 뒀다. 샷에서 실수가 많았던 고승남 대신 백혜진 정성훈 장재혁이 돌아가며 스킵으로 나섰다. 고승남이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기도 했다. 스킵 자리를 내준 후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고승남은 “중국전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위축되지 않아도 될 경기에서 너무 위축돼 후회스럽다”고 돌아봤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첫 패럴림픽이었지만 “패럴림픽을 진정으로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승남은 “집중하되 즐기면서 경기를 하더라. 패럴림픽을 하나의 축제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스웨덴 선수들이 대패하고도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 다독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백혜진은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했다.
4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팀 장윤정고백은 “4년 뒤 한 번 더 패럴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백혜진은 “동호회로 시작해 패럴림픽까지 왔다. 훈련량이 많아 힘들었는데 한 단계 발전하려면 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음 패럴림픽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윤은구도 “서울시청, 전남 등 국내 강팀들을 뚫고 4년 후 밀라노에 가고 싶다”고 했고, 고승남도 “다음 시즌 국가대표를 목표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 장윤정고백의 ‘베스트 샷’은 무엇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영국전 8엔드에서 장재혁의 샷을 꼽았다. 7-6으로 앞선 상황에서 장재혁은 일곱 번째 스톤으로 2번 스톤이었던 한국 스톤을 살짝 비스듬히 때려 1번으로 만드는 절묘한 샷을 선보였다. ‘베스트샷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장재혁은 “아직 최고의 인생샷은 나오지 않았다. 그 인생샷 앞으로 꼭 보여드리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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