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고도화 지속 의지
尹 떠보며 도발 수위 조절할 듯
북한이 11일 남측 대선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사실을 보도했다. 그간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 소식을 늦게 알리거나 간략히 전달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신속한 반응이다. 대외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마이웨이’ 행보, 특히 군사력 강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9일 진행된 남조선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대내용 매체 노동신문에도 같은 내용이 실렸다. 분량은 단 한 줄에 불과했지만, 보수진영 당선자를 홀대했던 그간의 관행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당선 일주일 후 소식을 알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2년에는 이튿날 대선 결과를 보도했으나, 이름은 쏙 뺐다. 반면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에는 득표율과 함께 출마한 후보들의 이름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의 달라진 언론 보도에는 김정은 정권의 의중이 담겨 있다. 과거 ‘보수 대통령’ 등장에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한 건 상대적으로 북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보수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도 예외는 아닐 듯 보였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하는 등 북한의 반발을 부를 만한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하지만 북한은 ‘건조한’ 보도에 그쳐 남측 정부의 이념성향에 개의치 않고 핵ㆍ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물론 한미를 압박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최근 두 차례 정찰위성을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쏜 것도 협상 공간을 넓히려는 목적이 크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정찰위성 시험을 명분 삼아 계속 위협 수위를 높이며 경제제재 완화 등 대가 획득을 꾀할 것으로 점쳐진다.
관건은 윤 당선인의 행보다. 그가 새 정부를 떠보려는 북한의 시험에 ‘강 대 강’으로 맞설 경우 고강도 도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한미의 경고와 응징 수준에 따라 도발 강도를 조절하는, 전통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초반 상당히 거칠게 나갈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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