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경찰, 여성 운전 습관 공개 지적
"여성만의 습관으로 규정할 수 있나" 논란
중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지난 8일 난데없이 '김 여사(운전이 미숙한 여성을 비꼬아 부르는 말) 논란'이 불거졌다. 교통경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들의 잘못된 운전 습관을 지적한 내용이 억지스러웠던 게 화근이었다.
베이징청년보와 텅쉰왕에 따르면, 이날 산둥성 칭다오 교통경찰의 웨이보 계정에는 '여성 운전자들의 위험한 운전 습관 조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칭다오 교통경찰 측은 "자동차가 크게 보급되며 많은 여성 운전자가 도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잘못된 운전 습관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해당 게시물을 제작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여성들의 운전 습관으로 9가지를 지목했다. "급정거 시 가슴에 찬 목걸이 때문에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라든가 "여성들은 핸들을 몸에 가깝게 잡는 버릇이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렵다", "평소에는 거울 보기를 좋아하면서 운전할 땐 후방 거울을 보지 않는다", "전·후방 창문에 인형을 놓아 두어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또 "하이힐 착용", "긴 머리", "운전자 좌석 쿠션", "부적절한 장갑 착용", "반려 동물 동승" 등을 여성들이 고쳐야 할 운전 습관이라고 지적했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선 칭다오 교통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몇몇 지적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으로 맞을 수 있지만, 이를 '여성만의 운전 습관'으로 일반화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경찰이 제시한 위험한 행동들이 여성 운전자의 습관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긴 머리가 사고 위험을 키운다면, 교통사고 가해자 대부분은 여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논박도 이어졌다.
하필 세계 여성의 날에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도 논란을 키웠다. 중국은 식당을 찾는 여성 손님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여성 직원들에게 조기 퇴근을 권고하는 회사 또한 적지 않을 정도로 이 날에 상당한 의미를 둔다. "여성들에게 존경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성차별적 함의가 가득한 글을 올린 저의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따를 만했다.
비난이 들끓자 칭다오 교통경찰 측은 "여성들이 안전하고 예의 바른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여성의 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칭다오 교통경찰 측은 이날 오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6만1,802명으로 '세계 1위'의 오명을 쓰고 있다. 2019년 공안 통계에 따르면, 중국 운전자 남녀 비율은 7대 3이지만, 교통사고 비율은 17대 3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훨씬 더 많은 교통사고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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