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고시마시의 한 중·고등학교는 긴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묶는 헤어스타일인 ‘포니테일’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 여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남자는 목덜미를 보면 흥분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학생은 지역 언론 미나미닛폰(南日本)신문의 취재에 이렇게 털어놓으며 “이런 말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실례다. 정말 이게 이유라면 처음에 교칙을 정한 사람의 생각이 이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학교는 남학생에 한해 장발을 금지한 교칙도 있다. 이 학생은 “남녀 평등에 어긋나고 트랜스젠더 학생에게도 견디기 힘든 교칙”이라며 학생회를 통해 교칙 수정 검토를 제안했다. 성소수자 학생의 생각도 청취하고 교사들과 토론했지만 교칙은 바꿀 수 없었다. “여기는 가고시마잖아”가 교사의 대답이었다.
실제로 가고시마현이 있는 규슈 지역은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조치대 미우라 마리 교수 등이 일본 47개 광역지자체의 성평등 정도를 정치·행정·교육·경제의 네 분야로 분석해 점수·순위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고시마현은 정치, 행정, 교육 3분야에서 40위 이하였다.
지난해 3월에는 가고시마 현의회에서 벌어진 ‘블랙 교칙’ 폐지 논란이 알려지기도 했다. 블랙 교칙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학생을 부당하게 통제하는 교칙을 말한다. 입헌민주당의 야나기 세이코 현의원은 “‘속옷 색깔은 흰색’이라고 정한 교칙은 합리적이지 않고 왜 필요한지 설명할 수 없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현교육장은 “주위를 불쾌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매너를 익히고, 속옷 색이나 무늬가 비치지 않도록 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도시 지역에서는 블랙 교칙이 점차 폐지되는 분위기다.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교복’을 도입한 곳도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지난 10일 도립고교 196곳의 블랙 교칙 5개 항목을 대부분의 학교에서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없애기로 한 내용은 △속옷 색 지정 △양쪽 측면 머리카락만 깎는 ‘투블록’ 헤어스타일 금지 △타고난 머리카락이 검은색이 아니어도 무조건 검게 염색 △머리색이 검지 않은 학생에게 증명서 제출 요구 △근신을 학교 내 별실이 아닌 자택에서 하도록 요구 △‘고등학생다운’ 등 애매한 표현으로 지도하는 것 등이다.
교육위의 야마구치 가오리 위원은 마이니치신문에 “훌륭한 결정이지만 이제서야 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규칙은 무조건 따르는 것이 미덕이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룰을 지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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