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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으로 완전 자동화 꿈꾸는 방울토마토 메카 부여

입력
2022.03.14 04: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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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 고장 특산물 : 부여 방울토마토
전국 최대 생산지… 연간 2만604톤 수확
지난해 가격 35%↑ 농가 수익 303억 원
금강변 풍부하고 깨끗한 물·토지·기후 '최적'
ICT 기술 적용 '스마트팜' 농법 확대 보급
물·영양소 공급부터 수확까지 '완전자동' 검토

충남 부여군 세도면에 위치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실내 전경.

충남 부여군 세도면에 위치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실내 전경.

낮 기온이 10도를 훌쩍 넘고, 풀냄새 밴 바람이 코를 간지럽히는 봄이다. 군살을 감춰주던 두꺼운 외투를 정리하는 계절. 이제 다이어트를 고민할 때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단. 다이어트 식단을 논할 때 뺄 수 없는 게 방울토마토다. 탱글탱글 식감에 달콤한 맛을 갖추면서도, 100g당 열량이 16㎉에 불과해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비타민 칼륨 칼슘 엽산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슈퍼푸드’로 불리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방울토마토 생산지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전국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충남 부여군. 겨우내 자란 방울토마토 수확이 한창인 부여군을 찾았다.

연 2만톤 이상 생산 전국 1위

갓 수확해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는 부여 방울토마토.

갓 수확해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는 부여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으면서 영양가도 풍부하다. 비타민 B2ㆍC, 칼슘, 라이코펜(붉은색을 띠는 항산화물질) 성분을 다량 품고 있어 노화 방지에 좋다. 새콤한 맛을 내는 구연산과 사과산도 풍부해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돕고, 육류 섭취로 인한 체내 산성화를 방지해 춘곤증과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준다.

부여는 국내에서 방울토마토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532농가가 총 311㏊에서 연간 2만604톤을 생산한다. 전국 방울토마토 재배 면적(5,887㏊)의 5.3%, 총 생산량(36만9,954톤)의 5.6%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방울토마토 가격이 평년 대비 35%가량 상승해 부여에서만 총 673억 원의 생산액이 발생했다. 농가 소득도 303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천혜의 환경에 스마트팜 농법까지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팜 농법으로 운영되는 방울토마토 농장.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팜 농법으로 운영되는 방울토마토 농장.

부여가 방울토마토의 성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천혜의 환경 덕분이다. 금강변 평야 지역이라 물이 깨끗하고 일조량도 풍부하다. 토질도 사질양토(진흙이 적게 섞인 부드러운 흙)로,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하는 심근성 식물에 적합하다. 일교차가 큰 덕에 방울토마토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도 높다.

여기에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해, 부여는 비장의 무기인 ‘스마트팜’까지 꺼내 들었다. 스마트팜은 농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 자동화된 설비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첨단 농법이다. 현재 부여 내 방울토마토 농가들은 대부분 스마트팜 농법을 도입하고 있다.

흙 보기 힘든 첨단 비닐하우스

충남 부여에서 방울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이선미(54)씨가 방울토마토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꽃과 입을 따고 있다.

충남 부여에서 방울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이선미(54)씨가 방울토마토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꽃과 입을 따고 있다.

실제로 방문했던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선 흙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새하얀 바닥에서 50㎝가량 공중에 떠 있는 코코피트(코코넛 껍질로 만든 인공토양)에서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코코피트에는 물과 배양액이 자동으로 분사되는 호수가 설치돼 있다. 농민이 컴퓨터로 공급량과 주기 등을 입력해 두면, 자동으로 방울토마토에 수분과 영양분이 공급된다.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팜 농법으로 방울토마토를 재배 중인 조성완(57)씨는 “현재 양액재배(양분을 수용액으로 만들어 재배하는 방법)를 하고 있는데, 일반 토경재배보다 수확량이 많으면서도, 토질이나 자연적인 영향을 덜 받고, 노동력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조씨의 부인 이선미(54)씨는 “관수시설로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시설 관리가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꽃과 잎을 따거나 수확할 때는 결국 사람 손이 필요하다”고 했다.

완전 자동화까지 넘보는 스마트농법

충남 부여에서 방울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최형남(48)씨가 스마트팜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 부여에서 방울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최형남(48)씨가 스마트팜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여는 스마트팜 농법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빼먹지 않고 있다. 일부 농가에는 선진농법을 배우기 위해 네덜란드 연수도 지원했다. 세도면에서 2만3,140㎡(약 7,000평) 규모로 농장을 운영하는 최형남(48)씨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최씨는 물과 배양액뿐만 아니라 기온,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팜을 구현했다. 덕분에 기존보다 노동력을 덜 사용하면서도 생산량이 20%가량 늘었다. 현재 하루 생산량은 3, 4톤가량이고, 연간 매출은 12억~14억 원에 달한다.

최씨는 생산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수확까지 기계가 담당하는 완전 자동화 농장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유럽 농업선진국에선 인공지능(AI) 카메라가 농작물 상태를 파악하고, 빅데이터로 최적의 상태에서 로봇손으로 수확하는 기술까지 상용화됐다"며 "우리도 이런 기술을 도입하면 농가 수익과 생산량이 올라가고, 일손 걱정까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박스에 담겨진다.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박스에 담겨진다.

부여군은 방울토마토 판매를 늘리기 위해 브랜드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우선 2003년 개발한 농식품 공동브랜드 '굿뜨래(Goodtrae)'를 방울토마토에도 적용했다. '좋다(Good)'와 '나무(Tree)'의 합성어인 굿뜨래는 부여의 기름진 땅과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생산된 최고의 제품을 뜻한다.

부여군 관계자는 “굿뜨래 농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영농 경력과 품질관리 수준, 생산품 유통상태와 판매물량 확보 상황, 영농장소 입지와 대외신용도 등 12개 항목에 달하는 까다로운 심사기준으로 브랜드 사용을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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