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해 개별 구체적 사안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의 쟁점이었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라며 여성계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 권성동 의원 등은 유권자와의 약속인 만큼 공약이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조은희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기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할 것을 주장하는 등 무작정 폐지가 아닌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가부 폐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남녀 간 채용ㆍ승진ㆍ임금 등의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부처 폐지를 고집하는 윤 당선인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밖에도 부처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부처의 미온적 대응, 집권당에 우호적인 특정 여성단체들에 대한 지원 등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한다. 시정돼야 할 일은 분명하지만 부처 업무의 본질적 훼손과는 거리가 멀다.
윤 당선인이 부처 폐지를 언급함에 따라 14일 출범하는 인수위에서는 여성 정책, 청소년 정책, 가족 정책 등으로 나뉜 부처 업무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다른 부처로 이관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의 정체성과도 같은 성평등 정책 관련 업무는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도 여가부의 보육ㆍ가족 업무를 다른 부처로 이관했다가 해당 부처의 주변 업무로 전락하자 불과 2년 만에 되돌린 사례도 있다. 부처의 폐지든 업무 조정이든, 면밀한 기능 진단이 먼저다. 여가부 폐지를 반기는 2030 남성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정략적 폐지는 그가 강조한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고 소모적 논쟁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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