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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다중살인자의 극적인 종말

입력
2022.03.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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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로버트 더스트

재판을 받던 말년의 로버트 더스트. AP 연합뉴스

재판을 받던 말년의 로버트 더스트. AP 연합뉴스

로버트 더스트(Robert Durst, 1943~2022)는 다중 살인의 혐의를 그림자처럼 달고 살며 대중의 어두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로 소비돼 온 미국 부동산 재벌이다. 동생에게 사업권은 빼앗겼지만 그는 수천억 달러 규모 자산가였고, 개인신탁에서 매년 받는 생활비만 200만 달러에 달했다.

1973년 결혼한 첫 아내 캐슬린 맥코맥이 1982년 1월 실종됐다. 당시 맥코맥은 뉴욕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졸업(소아과)을 2개월여 남긴 채 이혼을 준비 중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은 맥코맥이 가정폭력과 강제 유산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더스트의 알리바이 증언은 모두 입증되지 않았지만 시신도 물증도 없었고, 더스트에겐 막강한 변호인단이 있었다. 수사는 미결 사건으로 남았다.

더스트의 오랜 친구이자 대변인이었던 수전 버먼이 2000년 12월 24일 자택에서 살해됐다. 그 사건 정황도 더스트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역시 물증이 없었다. 이듬해 10월 그는 한 이웃 노인을 살해해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비로소 체포됐다. 25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도주한 그는 45일여 뒤 한 슈퍼마켓에서 치킨샌드위치와 일회용 반창고를 훔치다 붙들렸다. 당시 그는 현금 500달러를 지니고 있었고, 렌터카에는 3만7,000달러와 권총 두 자루가 있었다.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단)는 살인을 정당방위에 의한 고살(고의적 살인)이었다고 주장, 사체 훼손·유기 혐의만 인정돼 5년형을 선고받았고 2005년 7월 가석방됐다.

2015년 그는 '더 징크스: 로버트 더스트의 삶과 죽음들'이란 제목의 HBO 6부작 다큐멘터리 촬영 중 화장실에서 무선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걸 모른 채 "젠장 내가 어쨌냐고? 물론 그것들을 다 죽였지"라고 혼잣말을 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젠장 내가 어쨌냐고?'란 제목의 시리즈 6편이 2015년 3월 15일 방영됐고, 그는 2021년 9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3개월여 뒤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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