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찰기 감시 비행... 도발 기정사실화
한미가 연일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가능성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조용하다. 최근 고공정찰기까지 띄우는 등 북한의 고강도 무력시위를 기정사실화한 미국의 움직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이 예상되는 만큼, 행동에 앞서 메시지를 최대한 제한해 협상 공간을 넓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당국의 대남 비방은 지난해 9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경고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니,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이중 기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은 담화 사흘 만인 같은 달 28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단순한 협박에 그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요즘엔 도발 강도를 훨씬 높이면서도 입은 꾹 다물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하고, 한미가 ‘위장 정찰위성’으로 평가하는 신형 ICBM 성능 시험을 이어가면서 이런 기류가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10, 11일 연이어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며 ICBM 발사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도발을 암시하는 구체적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이따금 ‘외곽 스피커’인 대외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한미를 향한 비난을 쏟아낼 뿐이다. 우리민족끼리는 14일 지난해 12월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거론하며 “기어이 핵전쟁 참화를 몰아오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북한의 최근 행태에는 도발 실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속뜻과 침묵이라는 ‘완충장치’를 달아 협상 여지를 남기려 하는, 이중적 포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당국 차원에서 ICBM 등 모라토리엄 파기를 공식화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제한적 방식의 메시지로 공세 고삐는 놓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완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계속된 함구에도 한미는 북한이 이르면 이번 주 초 신형 ICBM 성능 시험을 다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ICBM) 추가 발사에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전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리벳 조인트)가 서해와 수도권 일대 상공에서 대북 정찰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의 고공정찰기 U-2S(드래건 레이디)도 최근 정찰 임무를 한 뒤 경기 오산 기지에 착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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