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에 대해 첫 사법처리에 나섰다. 사고 발생(1월 11일) 두 달여 만이다. 그러나 신병 처리 대상이 현장소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들이어서, 일각에선 "지난해 6월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때처럼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경찰청은 14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현장소장 A씨 등 현대산업개발 안전관리 담당 직원 5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17일 오전 11시에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1월 11일 오후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전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201동(지하 4층·지상 39층) 23∼38층 16개 층 연쇄 붕괴를 야기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39층 아래층인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에 수십 톤에 달하는 역T자형 옹벽을 추가 설치하면서 건물 구조계산 등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사고 당일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선 하부 3개 층에 동바리를 재설치해야 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에 이어 골조 공사 하청 업체와 감리 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이번 수사가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수사 시즌2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시민대책위는 "학동 참사 때처럼 이번에도 '꼬리'만 잡고 '윗선'을 잡지 못 한다면 경찰이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찰은 당장 경영진의 공사 기간 단축 지시 여부 등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고 책임자에 대해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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