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측근 못 내친 文실패 반면교사
속칭 사냥개·파리떼 과감히 토사구팽
나아가 '검사 윤석열'도 스스로 버려야
숨 가쁘게 달려온 제20대 대선 레이스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에게 꼭 필요한 '대통령의 덕목' 하나를 얘기해주고 싶다.
언론 보도를 보면, 윤 당선인은 검찰에 있을 때 '의리 검사'로 선후배들 사이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특히 후배들과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챙겨 주는 '형님 리더십'으로 큰 신망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의리를 중시하는 윤 당선인에게 '토사구팽'(兔死狗烹: 토끼 사냥이 끝나면 쓸모가 없어진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은 아마도 인간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윤 당선인은 더 이상 '의리 있는 검사'가 아니다. 정치세계에 들어왔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보통 사람의 덕목과는 다른,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을 갖춰야만 한다.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사상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보통 사람이 따라야 하는 전통 윤리와) 달리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정반대로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를 모범 사례로 제시한다. 교황의 아들로 태어난 보르자는 1,500년 전후 로마냐(Romagna) 지방을 점령한 뒤, 성격이 잔인한 레미로 데 오르코(Remiro de Orco)를 파견해 질서를 회복했다. 그러나 레미로의 가혹한 조치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보르자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질서 회복에 큰 공을 세웠던 레미로를 처형해 두 토막으로 광장에 전시했다. 마키아벨리는 보르자의 이러한 행동이 '전통 윤리'의 관점에서는 악행이지만, '정치 윤리'의 관점에서는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덕행(德行)'이었음을 강조한다. 정치인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악행도 저지를 수 있어야 하며 이렇게 행동하는 게 정치인의 덕목이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동산을 비롯한 잘못된 정책의 입안자들, '내로남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사들 등 내쳐야 할 측근들이 주변에 여럿 있었지만, 인간적 의리 때문인지 그들을 토사구팽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이런 문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대선과정에서 '토끼'를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갈라치기' 등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산 '사냥개'와, 권력만 쫓아 주변에 모여들었던 속칭 '파리떼'들을 과감히 토사구팽해야 한다.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는 '검사 윤석열'을, 대선 과정에서 거친 언사로 상대를 공격하던 '후보 윤석열'을 스스로 토사구팽해야 한다.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선동하며 혐오에 기대어 표를 모으는 행동은 '사냥개'의 덕목은 될 수 있어도,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대통령의 덕목은 결코 될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갈등을 조정하고 분열을 해소하여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다. 앞으로 5년간 국정 운영의 성패는 윤 당선인이 주변의 '사냥개'들을 팽 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윤 당선인 스스로 과거의 자신마저 버리는 토사구팽의 덕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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