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어받아 추진하는 방안이 대통령직인수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국민통합 묘책' 발굴 임무를 맡은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개혁안을 구상 중인 가운데,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이다.
15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국민통합위는 대선 과정에서 표출된 세대·지역·젠더·계층 갈등에 대한 원인을 고찰하고 대안을 찾는 구체적 정책 개발을 맡는다. 김 위원장은 갈등 치유를 위해 정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여야 공감대 형성 여부에 따라 윤 당선인이 선제적으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으로 기초의원 선거구에서 최소 3명을 선출하고, 4인 이상을 뽑을 경우 거대양당에 유리한 '선거구 쪼개기'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등 제3정당이 기초의회에 안정적으로 입성할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대선 패배로 민주당의 정치개혁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힘을 실으면 꼬여 있는 여야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 카드로 민주당의 체면을 세워주고 국회 다원성도 보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당·정의당과 연합 정치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해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선호해왔다"며 긍정적으로 답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국정 파트너인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다당제를 주장해온 만큼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 반대 기류를 넘는 게 관건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에 이어 6월 지방선거 대승의 꿈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선거구제 개편은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 국민의힘 원내 인사는 "지방선거 출마자의 상당수가 이미 시험을 보고 있는데 뒤늦게 출제 범위를 바꾸면 되겠느냐"고 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도 "선거구제 개편은 당에서 입장을 정하는 게 먼저"라며 말을 아꼈다.
김한길발 정계개편 가능성은 떨어져
여소야대 정국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김 위원장이 민주당 내 중도 세력을 끌어들여 '윤석열 정당'을 새로 창당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가능성은 떨어져 보인다. 김 위원장 측은 "의원들을 뗐다 붙이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17일부터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민통합위 사무실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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