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다. 배석자 없는 독대다.
"협치와 통합의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게 양측의 공식 메시지이지만, 두 사람이 웃으며 헤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인사권 행사 문제를 비롯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자존심'이 걸린 난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16일 회동을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특별사면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사면을 정식 건의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청와대도 '구원(舊怨) 청산' 차원에서 사면 단행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선 6일 만의 회동... 벌써 '신경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16일 낮 12시 오찬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1, 2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한다. 대선 이후 일주일 만으로, 윤 당선인의 정치인 변신 이후로는 처음이다.
회동은 조기에 성사됐지만, 15일부터 신경전은 상당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이 전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식화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은 역대 정부의 정치적 반대세력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뒷조사를 수행한 조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회동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굳이 애쓰는 대신 "할 말은 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의제 ① MB 특별사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회동 핵심 의제로 사면이 떠오른 상황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반 사면 가능성도 띄웠다. 권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한 것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동시 사면을 위한 포석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이 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16일 오찬에서 동반 사면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적어도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결단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기류다. 대선 직후부터 청와대 안팎에선 "윤 당선인이 먼저 사면을 제안하는 부담을 져 준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오르내렸다. 다만 윤 당선인이 16일 사면을 건의한다 해도 문 대통령이 즉답할지는 미지수다.
의제 ②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정부 인사권을 놓고는 이미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약 2개월 남은 만큼, 인사권 행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입장이다. 이달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이 핵심이다. 정권 말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에도 윤 당선인 측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저희 입장이 현 정부와 잘 병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은 총재 인사를 단행한다면, 윤 당선인의 뜻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윤 당선인의 의견을 듣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여지를 두었다.
의제 ③ 코로나19 '추가' 추경
윤 당선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추가' 편성을 건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월 소상공인 지원용 추경 편성에 이은 2차 소상공인 추경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자영업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추경안을 짜면 문 대통령이 정부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달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추경엔 선을 긋고 있다. 새 정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추경을 또다시 편성하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 입장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 마련을 하자는 것인데, 규모도 너무 큰 데다 지역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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