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다. 윤 당선인 측은 회동을 하루 앞둔 15일 사면 요청을 공식화했고, 청와대에선 윤 당선인이 건의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통합과 협치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고리가 권력자에 대한 사면이라는 점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청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사면 건의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배석자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도 윤 당선인의 사면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신년 특사 대상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제외했던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합작품이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지도 국민들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사면권 남용'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임기 말 반복되는 '권력자에 대한 특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법 앞에 가장 겸손하고 겸허해야 할 위정자들에 대해 법적으로 관대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갖는 허탈감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사면권 자체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이라는 대원칙에 예외를 둬 확정된 범법자의 죄를 없애주는 것이 현재 권력의 정권 말, 미래 권력의 정권 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로 비칠 경우에는 국민통합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은 문재인 정부의 사면 원칙에 어긋난다. 문 대통령은 5대 중대 부패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는데, 이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 등이 확정된 경우다. '적폐 청산'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스스로 강조해온 '공정', '정의'라는 가치와 거리가 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면을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색하다"며 "사면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면 논의는 양 진영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여야에서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 함께(이 전 대통령·김 전 지사) 사면할 것"이라며 "100%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 선거법 위반을 했느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왕 미래를 위한 국민통합 차원이라면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포함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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