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겨우내 향미 더해진 봄더덕... 반찬 넘어 건강식품을 꿈꾼다

입력
2022.03.21 04:00
20면
0 0

<17> 우리 고장 특산물 : 횡성 더덕
서늘한 기후 더덕 재배에 천혜의 조건
30년 재배 역사로 농가 기술도 '으뜸'
상품 다양화, 재배 확대 등 부흥 노력

지난 14일 강원 횡성군 공근면의 한 더덕밭에서 백민수 어사매더덕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이날 수확한 봄더덕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태경 기자

지난 14일 강원 횡성군 공근면의 한 더덕밭에서 백민수 어사매더덕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이날 수확한 봄더덕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태경 기자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 사삼(沙蔘)으로도 불리는 더덕. 같은 삼(蔘) 계열이지만 더덕은 유달리 다른 삼들에 비해 찬밥 대우를 받았다.

복날 삼계탕에는 인삼이, 건강보조식품으로는 홍삼이 인기를 누리고, 호흡기 질환 쪽으로는 도라지에 밀리는 신세였다. 다른 삼들이 건강식품 이미지를 굳혀갈 때, 더덕은 그저 반찬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 증진 차원에서 각종 삼이 불티나게 팔릴 때도, 더덕 농가에선 매출이 줄었다는 푸념만 들렸다.

하지만 더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더덕만큼 몸에 좋은 게 없다"며 엄지를 추켜올린다. 사포닌이 풍부해 암을 예방할뿐더러, 호흡기질환이나 혈관질환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봄 가을 두 번 출하되는 더덕 중에서도 겨우내 추위를 이기고 향이 진한 봄더덕은 으뜸이다. 봄더덕 출고에 분주한 강원 횡성군을 14일 직접 찾았다.

천혜의 자연 조건에서 재배된 명품 '횡성 더덕'

지난 14일 찾은 강원 횡성군 공근면의 한 더덕밭. 가을철 더덕밭은 푸른빛을 자랑하지만, 겨울을 지나면서 풀이 고사되기 때문에 봄 더덕밭은 다소 황량한 모습이다. 우태경 기자

지난 14일 찾은 강원 횡성군 공근면의 한 더덕밭. 가을철 더덕밭은 푸른빛을 자랑하지만, 겨울을 지나면서 풀이 고사되기 때문에 봄 더덕밭은 다소 황량한 모습이다. 우태경 기자

횡성군 공근면의 더덕밭.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해발 400m 고지 넓은 밭에 겨울철 고사된 풀이 널브러져 있었다. 황량해 보였지만 봄철 더덕밭에선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니나 다를까 밭 아래에선 성인 엄지손가락 두 배 굵기의 더덕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백민수 어사매더덕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봄더덕은 겨울 동안 맛과 영양을 꽁꽁 품고 있어 단맛이 더 강한 반면, 가을더덕은 쌉싸름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횡성은 더덕을 재배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더덕은 서늘할수록 품질이 좋아 고랭지 재배가 유리한데, 해발 400m 이상에 농경지가 많이 분포된 횡성이 그런 곳이다. 큰 일교차와 약산성 토양, 특히 모래와 점질 토양 중간으로 경작이 잘 되는 양토가 전체 농경지의 90% 이상을 차지하기에, 횡성 더덕은 육질이 단단하며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30년 재배 역사로 다져진 노하우 역시 다른 지역에서 쉽게 흉내낼 수 없다.

지금 식탁에서 맛볼 수 있는 횡성 더덕은 대부분 3년산이다. 이철수 전 횡성더덕연합회장은 "더덕은 3년 만에 캐야 아삭아삭하고 연하다"며 "2년산은 요리하면 물러지고, 4년산 이상은 식감이 질기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횡성 태기산 일대에서 소규모로 재배되던 더덕을 34년 전 처음으로 대량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씨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 횡성에 더덕이 본격 재배되며, 횡성 더덕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를 인정받아 횡성 더덕은 2001년 상표 등록을 했고, 2009년에는 지리적표시제 등록까지 마쳤다.

뽀얀 속살을 자랑하는 더덕에는 사포닌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관질환과 암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 우태경 기자

뽀얀 속살을 자랑하는 더덕에는 사포닌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관질환과 암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 우태경 기자


최대 주산지 내줬지만... 더덕 상품 다양화 노력 이어져

지난 14일 강원 횡성의 어사매더덕영농조합법인의 물류창고에서 작업자가 당일 수확한 더덕을 분류하고 있다. 우태경 기자

지난 14일 강원 횡성의 어사매더덕영농조합법인의 물류창고에서 작업자가 당일 수확한 더덕을 분류하고 있다. 우태경 기자

횡성은 과거 전국 더덕 생산량의 25%를 차지했을 정도로 재배가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선 재배 농가가 줄며 이웃한 정선군에 최대 산지 타이틀을 내줬다. 3년 동안 더덕을 수확하면 이후 4, 5년은 연작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덕 농가는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인근 홍천이나 정선 등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횡성의 더덕 재배면적은 2009년 336.8㏊에서 2020년 224㏊로 줄었다.

강원 횡성의 더덕 가공 공장에서 작업자가 더덕을 발효한 흑더덕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태경 기자

강원 횡성의 더덕 가공 공장에서 작업자가 더덕을 발효한 흑더덕을 들어보이고 있다. 우태경 기자

재배면적은 다소 줄었지만, 농가에선 더덕을 상품화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반찬으로만 주로 소비되는 한계를 극복해 쓰임을 넓히기 위함이다. 최기종 하심정홍삼 대표는 2009년부터 더덕을 발효한 흑더덕을 비롯해 더덕즙, 더덕차 등 더덕을 가공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최 대표는 "더덕을 더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더덕 가공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횡성군에서도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해 11월 더덕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더덕 산업 부흥에 나섰다. 재배면적을 늘리고, 연작 피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밀키트와 기능성 제품 등 다양한 상품 개발로 소비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신상 횡성군수는 "횡성 더덕의 명성을 지켜나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횡성군과 재배 농가가 '원팀'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