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행에 환절기 겹쳐 사망자 급증
화장터 못 구해 3일장 대신 4~6일장 허다
정부 "4월 중순까지 화장시설 풀가동" 대응
12일 시아버지를 임종한 50대 A씨의 가족은 그로부터 닷새째인 16일에야 발인을 했다. 남들처럼 3일장을 치르려 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린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터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이트(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서 매일 0시부터 나흘 뒤 화장시설 사용 예약을 받는데, A씨 가족은 어르신의 운명이 임박했던 터라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자리는 금세 동이 나곤 했다. 이날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만난 A씨는 "조카가 대학 수강 신청하듯이 간신히 예약을 잡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장례 3일째인 14일 오전 빈소를 비워야 했던 A씨 가족은 고인을 병원 안치실에 모시고 잠깐 일상으로 돌아갔다. 화장장에 다시 모인 가족 중엔 직장 경조휴가가 이미 끝나 연차를 내고 온 사람도 있었다. A씨는 "어쩌다 보니 5일장을 치렀는데 향불을 미리 꺼야 했던 게 가슴에 응어리로 남을 거 같다"며 "지난해 3월 친아버지 상을 치를 땐 어려움이 없었는데 코로나 심각성이 체감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장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절정에 달한 데다가 환절기 영향까지 겹쳐 사망자가 급증한 탓이다. 화장장을 제때 구하지 못한 유족들은 어쩔 수 없이 4~6일장을 치르는 실정이다. 정부는 화장시설을 총가동한다는 계획이지만, 예년보다 50%가량 폭증한 화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화장장 없어 5·6일장 치른 유족들
이날 오전 찾아간 서울추모공원 로비엔 검은 상복을 입고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유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현황 모니터는 8개 화장로 모두가 쉴 틈 없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추모공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일일 화장 건수를 48건에서 64건으로 늘렸다. 유족들은 하나같이 "장례식장부터 화장장까지 예약하기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코로나19로 외할머니를 떠나보낸 김재성(40)씨도 화장장이 없어 6일장을 치렀다. 김씨는 "장례식장 자리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하루 210만 원짜리 대형 빈소에 들어가야 했다"며 "화장 예약일이 16일인데 빈소를 계속 쓸 순 없어 13~15일은 안치실에 모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사람이 계속 죽다 보면 안치실 사용도 곧 불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정부 "화장시설 운영 확대" 한다지만
화장터 부족은 환절기에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며 사망자가 급증한 탓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1년 3월의 전국 일평균 화장 건수는 734건이었지만, 올해 3월 2주간(1~14일)의 일평균 화장 건수는 1,110건이었다. 직전 4년간 대비 51.2% 늘어난 수치다. 1,110건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으로 인한 화장은 194건(17.5%)에 달했다. 사망자 급증의 주요인이 코로나19라는 얘기다.
상황은 악화하는 양상이다. 14일 전국 화장 건수는 1,193건으로, 기존 1일 최대 화장 가능 건수인 1,044건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3일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장례 3일 차에 화장이 이뤄진 비율은 1월 85.3%, 2월 77.9%, 3월(1~14일) 38.7%로 급락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이달 장례 3일 차 화장률이 5.4%였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4월 중순까지 전국 60개 화장시설 집중운영 기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설별 운영시간 연장 및 하루 가동횟수 확대가 골자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화장로 316기의 일일 평균 가동횟수를 종전 3.3회에서 5회 이상으로 늘려 하루 화장 건수를 1,580건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한 만큼 운영을 확대했다"며 "다만 운영시간 연장에 따른 인력 문제, 화장로 가동횟수 증가에 따른 고장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일단 4월 중순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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