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킨텍스 부지 특혜 매각, 시작은 시장이 내린 '메모 한 줄'
알림

단독 킨텍스 부지 특혜 매각, 시작은 시장이 내린 '메모 한 줄'

입력
2022.03.17 05:00
19면
0 0

최성 당시 시장 “외투기업 조항 보강하라”
낙찰사, 시 공고 이후 외투기업 등록절차

킨텍스 업무시설용지였던 C2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독자 제공

킨텍스 업무시설용지였던 C2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독자 제공

일산 최고 '알짜 땅' 중 한 곳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 지원시설 부지를 특혜 매각했다는 의혹에서, 전임 시장의 지시 메모가 부지 매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단서가 발견됐다. 당시 시장이 외국인 투자기업(외투기업) 관련 지시를 내렸는데, 이 지시에 따른 요건을 뒤늦게 충족한 시행사가 혜택을 가져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성 전 고양시장(2010~2018년 재임)은 킨텍스 업무시설용지 C2부지(4만2,718㎡) 매각 공고 직전인 2012년 10월 8일 부지공급계획안을 보고받고 “외국인 투자조항을 보강하라”고 해당 부서에 지시했다. 이는 최 전 시장의 자필 메모 형태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1월 8일 고양시는 C2부지 입찰 매각 공고문을 내면서 당초 계획안에 없던 외투기업 우대 조항을 추가했다. 매각대금의 30%를 2년 뒤인 2014년 말까지 납부하도록 유예 혜택을 준 것이 핵심이다. 외투기업이 아닌 경우 계약체결 후 60일 내 일시 납부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외투기업 낙찰을 의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 지원시설부지인 C2부지 매각 공고문. 외투기업에 대한 별도의 잔금 납부 우대 조항이 담겨 있다.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 지원시설부지인 C2부지 매각 공고문. 외투기업에 대한 별도의 잔금 납부 우대 조항이 담겨 있다.

공고가 나간 뒤 단독 입찰에 참여한 퍼스트이개발은 C2부지를 1,541억1,221만 원에 낙찰받았다. 고양시가 지난해 일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금액은 주변 시세보다 896억 원 낮아 저가 매각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퍼스트이개발은 고양시 공고 이후 외투기업 요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나, 의혹을 키우고 있다. 퍼스트이개발은 매각 공고 8일 뒤인 11월 16일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됐다. 11월 26일 낙찰자로 선정되기까지 20일도 안 돼 외투기업 등록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고양시가 외투기업 인정 시점을 '공고 시점'이 아닌 '매매계약 체결'까지로 삼은 것도 논란이다. 이로 인해 뒤늦게 외투기업 요건을 갖춘 퍼스트이개발은 12월 16일 시와 본 계약을 맺으면서 땅값을 나눠 낼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외투기업이란 이유로 매각 공고에 없던 본 계약 해지 기간(계약 이후 23개월), 매매계약 해지 시 매매대금 전액 반환 등 특혜성 조항도 더해졌다.

이 같은 전임 시장 지시를 놓고 매우 이례적이고 위법 소지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는 감사보고서에서 “C2부지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라 주거비율이 확대되면서 킨텍스 배후기능이 훼손돼 외투기업을 우대할 필요성과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퍼스트이개발은 C2부지에서 1조 원대의 분양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지시 메모에 대한 경위와 해명을 듣기 위해 최 전 시장에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최 전 시장은 특별한 답을 주지 않았다. 이홍규 고양시의회 부의장은 “천문학적 특혜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원(가운데)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현아(오른쪽 두 번째) 고양시정 당협위원장 등이 17일 오전 고양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킨텍스 지원부지 헐값 매각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김성원(가운데)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현아(오른쪽 두 번째) 고양시정 당협위원장 등이 17일 오전 고양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킨텍스 지원부지 헐값 매각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김완규 고양시의원 제공


이종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