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오스트리아·스웨덴식 중립국화 제안
오스트리아·스웨덴, EU는 가입·나토는 비가입 우크라, "안보 보장 토대 위 독자적 모델 원해" 전문가들 "전쟁 승리 원하는 러, 합의 어려울 수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4차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화’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협상의 최대 걸림돌을 걷어낸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중립’으로 논의를 진척시키고 있다. 다만 중립국화 방법을 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상황이라 타결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관련 일부 사항은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14일부터 4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양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중립국 선언 △비무장화 등 총 15개 항목의 평화협정 초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나토 가입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는 대가로 외국 군사 기지나 무기 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꽉 막혔던 휴전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향후 중립국으로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과 ‘비군사화’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의제 역시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스트리아나 스웨덴처럼 자체 군대는 있지만 외국 군사기지가 없는 ‘비무장 국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립국인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나토 비가입국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에는 동의하면서도 오스트리아·스웨덴식 중립국화는 거부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비무장화는 오직 우크라이나 독자적 모델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장되는 안보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다른 모델이나 선택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에도 핵무기 등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기로 미국, 러시아 등과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민스크 협정’을 맺고 동부 돈바스 지역 휴전을 약속받았지만 이번 침공으로 없던 얘기가 됐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을 하더라도 스위스나 핀란드처럼 상당한 수준의 무장을 해야 하며, 나토 회원국에 준하는 안전 보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프랑수아 하이부르 고문은 “핀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원하는 비무장화와 양립하기 힘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가로 ‘무장 중립국’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상이 한 고비를 넘겼지만 추가 사항 조율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당장 전쟁이 멈출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국제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알렉산더 가부예프 선임연구원은 “합의 가능성이 있지만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회담에 진전이 있더라도 러시아는 전쟁에서 승리를 원하고 있어, 러시아군 철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중립국화와 안보보장 논의는 환영할 만하지만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친러시아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TV연설에서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이 계획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유럽을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친서방 러시아인을 ‘사회에서 제거돼야 할 쓰레기이자 배신자’라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최종 협상의 키를 쥔 푸틴 대통령이 평화보다는 전쟁 강행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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