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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사육하던 동물을 다른 곳으로, 그것도 동물쇼를 일삼는 동물원으로 보내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본보 '서울대공원, 멸종위기동물 또 반출… 국제 인증 위반 논란'(3월 14일 보도) 기사가 나간 후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는 서울대공원이 수준미달 시설로 동물을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등 5개 동물보호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서울대공원의 무책임한 동물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대공원은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동물원은 적절한 사육환경과 자원을 갖췄고, 반출 예정 침팬지를 쇼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동물원은 현지 동물단체가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해외 동물단체로부터 동물학대로 비판받고 있는 곳이다. 동물원 홈페이지를 보면 이미 많은 동물원에서 사라진 코끼리쇼, 호랑이쇼, 돌고래쇼뿐 아니라 먹이 주기, 사진 찍기 등을 하며 동물을 오락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세계 19개국 178곳의 동물원과 국립공원 등을 다닌 기록을 담은 '동물복지 수의사의 동물 따라 세계 여행'의 저자 양효진씨에게 해당 동물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한 답변에서 수년 전 해당 동물원을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일정한 기후환경이지만 가장 큰 단점은 동물학대"라고 꼬집었다.
서울대공원 측은 침팬지 반출 재검토 필요성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해당 동물원로부터 침팬지 2마리 광복(13세), 관순(10세)을 쇼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진정 이 둘만 쇼에 동원하지 않으면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기후환경이 좋다 해도 동물을 대하는 건 결국 운영자와 관람객이다. 동물을 쇼와 체험에 동원하는 운영자, 쇼와 체험을 위해 해당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와 관람 매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서울대공원이 부적격 사육시설로 동물을 보내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2019년 서울대공원은 멸종위기종 알락꼬리원숭이 21마리를 대구와 부산의 체험시설에 보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또 제주의 한 체험동물원으로 이동됐다. 이들은 지금도 먹이 주기 체험에 동원되며 관람객들의 눈요깃거리로 살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동물 반출 관행은 서울대공원이 2019년 취득한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 인증 기준인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 규정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AZA 규정에 따르면 AZA 회원 기관은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 된다. 동물단체들은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공원은 해당 동물원에 침팬지 반출을 고수하기 전 방사장에 살고 있는 다른 침팬지들과의 합사나 사육시설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부득이하게 다른 동물원에 반출해야 한다면 보호시설(생크추어리) 등 침팬지 습성을 최대한 고려한 시설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기하듯 다른 동물원에 동물을 반출하는 관행이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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