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신고 접수 월 평균 523여건
수사 체계 엉성... 일선은 어려움 토로
동물 사체 부검 기관은 "업무 과부하"
실형 0.3% 불과... "시스템 정비해야"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시민들 신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에선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동물학대 수사 시스템이 매뉴얼을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부검기관도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에 감안, 사건 대응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찰에는 동물학대 신고 접수가 빗발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자료와 경찰청 통계를 종합하면, 지난해 1월 경찰에 '112 동물학대 신고 코드'가 신설된 뒤 올해 2월까지 월 평균 52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동물학대 신고 월 523건 "과부하"
경찰청은 지난해 3월 동물대상 범죄 대응 요령을 담아 '동물학대수사 벌칙 해설' 매뉴얼을 각 경찰서에 배포했지만, 일선에선 이를 현장에서 적용할 시스템이 허술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 동물학대 수사가 부쩍 많아졌지만 전문 감식 부서가 없어서 초동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동물학대 사건은 혐의가 확실하지 않으면, 과학수사대도 출동을 꺼린다"고 전했다.
부검 기관에도 과부하에 걸렸다. 동물 사체 질병 진단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행하고 있지만, 학대 여부 판단을 위한 검사는 경북 김천에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 부검 요청 건수는 지난해 228건으로 재작년(119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개인이 부검을 의뢰한 사례도 42건이나 됐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법의학 전문가와 전담조직이 없어 동물학대 여부를 규명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요구에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5년간 실형 0.3% "수사 체계 정비해야"
동물학대 수사 체계가 엉성하다 보니, '무혐의'로 이어지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동물권 운동가들의 주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3,398명 중 정식 재판이 청구된 피의자는 93명(2.7%)에 불과했으며 실형 선고는 12명(0.3%)에 그쳤다. 반면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은 1,741명(51.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수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인 규명과 혐의 입증을 위해선 부검이 필수라서, 동물학대 관련 역량을 갖춘 수의법의학 인력 양성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짚었다.
경찰이 동물학대 사건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에게 잔혹한 행위를 하게 되면 폭력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이런 행태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동물학대 사건을 안이하게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경찰 내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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