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3가지 과제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 구간을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 시점을 정점기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23일 확진자가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이전에 혹독한 현실을 견디는 게 우선이다. '코로나 종식'을 기대하게 했던 먹는 치료제 처방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은 또 다른 위험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확진자 정점 후 치솟을 사망자 관리 역시 당면 과제다. 정점기에 다다른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놓쳐선 안 될 3가지 과제를 짚어 봤다.
①중증화 막는 먹는 치료제… 물량확보·처방확대 시급
먹는 치료제는 당초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역할을 못 한 게 사실이다. 병원, 구청, 보건소, 약국으로 이어지는 처방 과정에 소요되는 행정 절차도 복잡하고, 처방 주체인 병원들도 일일이 병용 금기 약물을 걸러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처방을 꺼려왔다.
하지만 '고위험군 관리'의 핵심은 중증화를 막는 것. 즉 중증화를 예방하는 먹는 치료제 처방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행 정점 시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처방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청장은 "지난주에만 약 4만 명에게 팍스로비드 처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확진자 폭증으로 처방 대상자가 늘어났고, 처방 가능한 의료기관 및 처방 대상을 확대한 효과로 풀이된다.
이제는 물량 부족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재고분은 7만6,000명분. 현 추세라면 2주 안에 동날 처지다. 이에 따라 머크(MSD)사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현재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늦어도 목요일까지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질병관리청은 "식약처 검토 결과에 따라 이달 말 10만 명분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팍스로비드 역시 3월 말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물량 확보와 동시에 처방 절차 간소화, 외래 진료 환자에 대한 처방 확대 등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먹는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유행 정점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②스텔스 오미크론 41.4%… "전파력 강해 정점에 영향"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 변이 확산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BA.2는 일반 오미크론 대비 전파력이 30%나 높다. 지난주 국내 감염자 중에서도 41.4%는 BA.2 감염자다. 3월 둘째 주 26.3%에서 급증한 수치다.
정 청장은 "BA.2의 강한 전파력 때문에 유행 정점의 규모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오미크론 유행 이후에 BA.2의 재유행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점유율만 바뀌고 있다는 점은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BA.2 확산에 대해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로는 BA.2를 걸러낼 수 없고, 따로 검사하려면 수십만 원이 들기 때문에 BA.2를 가려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내는 것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③사망자 최대 500명 나올 수도… "최악의 상황 미리 대비해야"
확진자 증가에 뒤이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날 사망자는 329명으로 5일 연속 3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선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중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중환자 병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월 말~4월 초 하루 사망자가 최대 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며 "정부는 병상 효율화 방안을 통해 중환자실 비워내기를 선택했지만, 델타 때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정부가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의 인력을 보강했다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며 "결국 중환자 관리 능력의 최대치가 2,000명에 채 못 미친다고 봤을 때 최선의 방법은 중환자를 만들지 않는 것, 즉 고위험군에게 신속하게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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