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의제로 영토 문제·집단안보 등 거론
러 항복 요구 거부 "우크라 파괴돼야 가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서 도출된 모든 합의안은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항복을 요구한 러시아의 최후통첩도 재차 단호히 거부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인터넷뉴스 수스필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협상안은 국민투표가 필요하며 국민들도 협상안에 대해 의견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에 상정될 수 있는 의제로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러시아군이 장악한 영토 지위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대신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영토와 안보는 평화협상에서 양국 간 의견이 가장 크게 갈리는 사안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영유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1인치도 내줄 수 없다며 타협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안보 문제를 두고도 우크라이나는 오스트리아ㆍ스웨덴식 중립국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ㆍ영국)과 터키, 독일이 참여하는 집단 안보를 바라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언급한 것은 영토와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섣불리 결정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보낸 최후통첩과 항복 권유에 대해서도 “절대 받아들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러시아는 제2도시 하르키우, 수도 키이우, 폭격당한 동남부 마리우폴 등을 넘기기를 바라지만 이 도시의 시민들도, 대통령인 나도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따를 수 없다”며 “우리가 완전히 파괴된 뒤에야 그들이 바라는 최후통첩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전날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우크라이나에 항복 요구 조건을 보냈다. 항복하지 않으면 도시에 남은 사람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할 것이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마리우폴 시당국은 “항복 요구서를 쓸 시간에 주민 대피로를 열라”며 단칼에 거부했다.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침공한 이후 집중 공격을 받아 왔다. 도시 80%가 완전히 파괴됐고, 주민 2,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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