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한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청와대 활용' 관측 나오지만 혼선 우려
청와대가 ‘대통령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자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플랜B’를 내놨다. 청와대에는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5월 10일 취임 직후 개최가 점쳐지는 첫 한미 정상회담. 집무실 이전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다 보니 회담 장소 등 각종 의전을 둘러싼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3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취임 뒤인 5월 중하순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한국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 즈음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방문을 추진 중인데, 한국을 들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사되면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3년 만의 미 대통령 방한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비중 있는 외교행사지만, 정부 안에선 ‘의전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신 보안을 확보하는 작업부터 난관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에도 보안에 취약한 임시 사무실을 고집할 경우 백악관과 사전조율 과정에서부터 밀도 있는 협의가 어렵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정상회담 및 만찬 장소. 통상 정상급 회담은 청와대 본관, 만찬은 영빈관에서 열리는데, ‘윤석열 청와대’의 윤곽은 아직 안갯속이다. 이에 대체 공간으로 용산 국방부 인근 국방컨벤션 등 제3의 장소마저 거론되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 외교소식통은 “국방컨벤션은 정상급 행사 ‘격’에 맞게 내부가 꾸며지지 않아 결례로 비칠 수 있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인수위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개방을 강행하더라도 국빈을 맞이할 때는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도 비슷한 구상을 드러냈었다. 20일 대통령실 이전 방안을 직접 발표하면서 “외국 귀빈을 모셔야 하면 (청와대를) 공원으로 개방하되, 본관이나 영빈관은 만찬 같은 행사 때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청와대 문을 열어 놓고 외국 정상을 의전하는 일은 처음이라 예기치 못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게다가 미 정상이 한국을 찾을 땐 통상 한 달 전 실무진이 먼저 방문해 동선을 점검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우리가 4월 안에는 미국 측에 내보일 공간과 동선을 완벽히 준비해 둬야 한다는 얘긴데, 집무실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잡음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
당초 계획보다 청와대 개방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의전 경험이 많은 한 전직 외교관은 “본관을 회담장으로 쓸 생각이라면 상당 부분 공간은 평상시에도 노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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