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라게브리오 긴급승인...26일부터 투약
팍스로비드 등 기존 치료제 한계에 도입 결정
효과 30% 수준이지만 고위험군 환자에겐 절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이어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미국 MSD(머크앤컴퍼니)의 '라게브리오'가 26일부터 의료현장에 투입된다. 안타깝게도 임상시험에서 라게브리오는 그리 높은 효능을 보이진 못했다. 대신 처방 대상은 임산부를 제외한 모든 성인으로 넓어졌다. 팍스로비드가 효과는 상대적으로 좋지만 처방이 까다로워 의료현장에서 막상 쓰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치료제가 '보완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기대다. 무엇보다 확진자 폭증에 뒤이어 닥쳐올 수 있는 사망자 폭증을 억제하는 데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긴급승인 라게브리오, 임산부 뺀 모든 성인이 대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이 요청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캡슐(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즉각 "2만 명분을 우선 도입, 24일 통관 절차를 거쳐 26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등 치료 현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투약 대상은 ①기존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이 어려우면서 ②중증 코로나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③성인 환자로 제한했다. 하루에 800㎎(200㎎ 캡슐 4개)씩 12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5일간 복용하면 된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뒤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약해야 한다.
임산부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동물실험 결과, 태아 발달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발견돼서다. 박윤주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보통 투약 용량의 3~8배를 쓴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우려 사항이 관찰됐다"면서 "보수적으로 판단해 임산부에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유 중인 산모는 투여 후 4일간 수유를 권장하지 않고 가임기 여성은 4일, 남성은 3개월간 피임이 필요하다.
투약 시 부작용은 설사, 메스꺼움 등 경미한 이상 반응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임상시험 결과, 시험군과 위약군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비슷해 당국과 전문가들은 안전성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만약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라게브리오 효과는 30% 수준 ... "고위험군에겐 도움될 것"
라게브리오의 가장 큰 약점은 임상시험 때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30%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이 긴급승인을 내준 것은 사망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다.
지금 쓰이는 치료제로는 주사용 치료제인 베클루리즈(램데시비르)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있다. 주사제는 재택 치료 환자에게 쓰기 어렵고, 팍스로비드는 예방 효과가 89%로 높지만 간 등 다른 장기에 중증 질환이 있거나, 특정 성분 28개가 포함된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는 등 투약 조건이 까다롭다.
여기에다 팍스로비드는 물량도 부족하다. 지난 22일까지 16만3,000명 분이 도입됐는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2주 내 물량이 소진되리란 예상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추가 도입을 얘기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30만~40만 명 규모인 현 상황을 감당해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방역당국은 라게브리오를 고위험군 치료의 대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강석연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팍스로비드나 렘데시비르를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라게브리오를 투여해 중증으로 전환될 비율을 낮출 수 있다면 긴급사용승인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30%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임상 현장에서 고위험군 환자에게 사용할 치료제 옵션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 등 대안이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