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광고평가표에 '소송 중 사안' 신설" 회신
인권위 "표현의 자유 오히려 위축될 우려"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의 복직을 촉구하는 지하철 광고 게시를 불허했던 서울교통공사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회신한 내용에 대해 논의한 결과 공사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해 8월 변 하사 복직 촉구 광고를 지하철 역사에 게재하겠다고 공사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공사 광고심의위원회는 광고관리규정상 '체크리스트 평가표'를 근거로 해당 광고가 '성 정체성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과 관련됐다고 판단해 게재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대위는 공사의 결정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행위라면서 그해 9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도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공사에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평가표를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공사는 올해 1월 평가표에서 '의견이 대립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항목을 삭제했다고 인권위에 회신했다. 다만 게재 신청 광고가 '소송 등 분쟁과 관련있는 사안에 대해 다루고 있는가' '공사의 중립성·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가' 등을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엔 공대위의 재심의 요청을 받아들여 광고 게재를 승인했는데, 여기엔 지난해 10월 법원 결정으로 변 하사의 전역 처분이 취소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공사의 회신 내용을 두고 권고를 일부 수용하긴 했지만, 신설 항목이 공사 광고관리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공사가 준용한 광고자율심의규정보다 더 좁은 해석이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광고 내용이 소송과 관련된 사안이면 모두 게재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권위 권고의 본뜻과는 반대로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