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통일부 폐지 없다"... 기능 보강
尹 맞춰 남북협력·북한인권 중점 보고
통일부 "대북지원 위주 로키 대응할 것"
통일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부처 조직 및 기능 개편에 대비해 신중하게 대응하는 ‘로키 전략’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북한인권 개선에 중점을 두는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만큼 역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인수위는 23일 “고유기능을 되찾게 할 것”이라며 통일부의 고강도 개편을 예고했다. 존치는 하되, 남북관계를 측면 지원하는 등 위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부 폐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폐지가 확정된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마저 존폐 우려가 나오자 인수위 차원에서 존속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생존은 했지만, 기능ㆍ역할 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원 부대변인은 “청와대가 주도하고 통일부가 시행하는 현 정부의 통일부 정책에서 벗어나 남북교류협력, 인도주의적 지원 등 통일부의 고유 업무 기능을 되찾도록 보강하는 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를 ‘청와대 하명부처’로 평가절하고, 교류와 지원을 주업무로 하게 하는 등 남북관계 전면에 내세우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비핵화와 연계된 남북협력과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인수위는 조직에도 메스를 들이댈 전망이다. 통일부 직제는 현재 ‘3실2국1단’으로 짜여 있는데, 윤 당선인 구상대로라면 남북교류협력을 총괄하는 교류협력실과 인도적 대북지원 및 북한인권문제를 도맡고 있는 인도협력국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점쳐진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부침을 크게 겪었던 만큼 최대한 로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수위 업무보고도 새 정부의 대북기조 변화에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통일부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해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상정한, 새로운 통일ㆍ대북정책 접근법을 논의했다. 예상대로 북한인권과 남북협력 이슈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남북협력과 관련해선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미세먼지, 재난, 기후변화 공동대응 등을 ‘남북 데탕트’ 추진 사업으로 정했다. 윤 당선인이 수차례 공언한 ‘북한인권재단’도 “조속히 출범시키겠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북한인권법을 충실하게 집행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북한의 인권 침해와 탈북민 문제를 상당히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종전선언도 폐기가 기정사실화됐다. 대결만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인수위는 이날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기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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