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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시신 수천 구 쌓여가는데... 푸틴, '전사자 은폐'에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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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시신 수천 구 쌓여가는데... 푸틴, '전사자 은폐'에만 급급

입력
2022.03.24 16:07
수정
2022.03.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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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콜라이우 등 격전지에 시신 수천 구
우크라, 자체 수습해 돌려보낼 채비
러 '498명 전사' 주장, 시신 인계받지 않을 듯

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7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외곽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시신이 쌓여가고 있다. 개전(開戰) 한 달간 전사자 수가 채 500명에도 못 미친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이 무색하게, 전선 곳곳에는 수천 구가 널브러져 있다. 러시아가 전사자 수를 은폐하고 전투 현장에서 숨진 병사들을 방치하는 탓에 이들은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거리 곳곳에 방치된 러시아군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주요 도시에서 격전이 이어지는 만큼, 전사한 군인을 발견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영하권에 머물던 기온이 오르면서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우크라이나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은 영상 10도까지 올랐다.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면서 도시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는 게 방송의 설명이다. 당분간 기온이 계속 오를 예정인 만큼,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빅토르 안드루시우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영토에) 러시아군 시신 수천 구가 나뒹굴고 있다”며 “그간 날씨가 추워서 괜찮았지만 이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사망한 적군을 자체 수습하고 있다. 추후 러시아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러시아군 시신 수백 구가 거리에 버려진 남부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서는 비탈리 김 주지사가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에게 시신을 가방에 넣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를 냉장실에 넣어 둔 뒤 러시아에 돌려보내 유전자(DNA) 검사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국영철도 역시 러시아군 전사자를 보관할 냉장차 20대를 오데사 등 일부 지역에 제공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 17일 페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와의 간담회에서 시신 수습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6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졸로테 마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시신을 조사하고 있다. 루한스크=AFP 연합뉴스

6일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졸로테 마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시신을 조사하고 있다. 루한스크=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인들의 ‘인도적’ 움직임이 무색하게, 러시아가 병사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지난 한 달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줄곧 “러시아의 시신 송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이들은 침공 이후 숨진 자국 군인 수가 지난달 21일 기준 498명이라고 주장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추산(7,000~1만5,000명)의 3~7% 수준이다. 전사자 수가 공개되면 군대의 사기가 꺾이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할 것을 우려한 푸틴 대통령이 피해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미 러시아가 피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러시아군이 야밤을 틈타 전사자 시신 2,500구를 본국으로 이송하거나, 전장에서 비밀리에 매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사망자를 은폐하기 위해 전장에서 이동식 시신 화장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사자를 인계받는다는 것은 결국 수천 명이 숨진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만큼, 앞으로도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우크라이나 국영철도 청장은 “러시아는 ‘승리’ 선전을 위해 어머니들이 자식의 시신을 묻을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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