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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어이 '레드라인' 넘었다… 4년 4개월 만 ICBM 도발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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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어이 '레드라인' 넘었다… 4년 4개월 만 ICBM 도발 재개

입력
2022.03.24 21:03
수정
2022.03.24 22: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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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사거리 15000㎞... 또 기술 진보
4월 태양절·한미훈련까지 도발 지속

1월 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부터 미사일 도발을 몰아치던 북한이 기어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 24일 2018년 직접 선언한 ‘모라토리엄(발사유예)’ 파기를 의미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이다. 고도와 사거리 모두 역대 최고치로 미국 전역을 타격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신없는 미국과 남측 정권 교체기 등 어수선한 국제정세를 틈타 고강도 도발을 전격 감행한 셈이다. 이로써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ICBM 발사로 얼어붙었던 2017년 상황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약속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며 이번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70분 날았다... 정상적으로 쏘면 美 전역 때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 평양 =노동신문 뉴스1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후 2시 34분쯤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고각발사했다”고 밝혔다. 한미 당국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ICBM의 성능시험을 했다”고 분석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는 완전체 ICBM이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ICBM 화성-15형을 쏘아 올린 지 4년 4개월 만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쏜 ICBM의 정점 고도는 6,200㎞ 이상, 사거리는 약 1,080㎞, 속도는 마하 20(시속 2만4,480㎞) 정도로 측정됐다. 정상 각도로 환산하면 비행거리는 1만5,000㎞로 미 본토 전체가 사정권에 넉넉히 들어온다. 탄착지점은 일본 홋카이도 오시마반도 서방 150㎞로 70분 이상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화성-15형의 최고 고도는 4,500㎞, 사거리는 960㎞였는데, 정상 발사 시 미 본토를 타격할 수준(1만3,000㎞)이었다. 미국의 모든 영토가 북한의 ICBM 위협 아래 놓일 만큼 다시 한 번 기술적 진보를 입증한 것이다.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강준구 기자

북한 주요 미사일 사거리. 그래픽=강준구 기자

북한은 앞서 16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지만 고도 20㎞에 미치지 못하고 미사일이 공중 폭발했다. 실패는 했으나 이미 화성-17형을 두 차례 정찰위성으로 위장해 성능을 점검하는 등 ICBM 도발을 재개할 만반의 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날 발사체는 애초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처음 선보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됐다. 이 미사일의 길이는 화성-15형(21m)보다 더 늘어난 22~24m로 현존하는 ICBM 가운데 가장 커 ‘괴물 ICBM’으로 불린다. 그러나 군 당국은 ICBM의 정체를 세 차례 시험발사한 화성-17형과는 다른 기종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15형의 개량 버전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이 도발의 마지노선을 넘어서자 우리 군 당국도 즉각 군사적 대응에 돌입했다. ICBM 발사 두 시간이 지난 오후 4시 25분부터 현무-Ⅱ 지대지미사일 1발, 전술용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1발, 해성-Ⅱ 함대지 미사일 1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 2발로 실사격 대응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밤 통화에서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조치 등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ICBM 고각발사는 시작일 뿐... 핵실험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북한의 ICBM 도발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는 남측의 정권 교체기이자 윤 당선인의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논란으로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시기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탓에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 최고지도부가 북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틈을 파고들었다.

북한은 남측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고강도 도발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3일 전에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문재인 정부 임기 초인 2017년 5월 내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6차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그간 ICBM 발사 재개를 예고했던 북한이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서면서 도발 빈도는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초 ICBM 발사 적기로 점쳐졌던 내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태양절)까지 미사일 성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4월에는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도 예정돼 있다. 북한이 태양절에 맞춰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최대 사거리를 시험할 여지도 충분하다.

여기에 북한이 2018년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된 만큼 7차 핵실험 역시 도발 목록에 올라 있다. 이래저래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 나아가 동북아 정세에 일대 격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선제타격’을 거론할 정도로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윤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해 ICBM를 앞당겨 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대북 소식통은 “윤 당선인이 첫 안보 시험대를 제대로 만났다”며 “어떤 대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5년간 남북관계의 방향이 규정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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