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폭격 당시 1,300명 대피… 희생자 더 늘 듯
최근 러시아군이 조준 폭격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극장에서 민간인 약 3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마리우폴 시당국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극장 지하 방공호에는 주민 약 1,300여 명이 대피해 있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리우폴 시당국은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목격자 증언과 확보한 정보 등을 토대로” 16일 피격된 극장 대피소 내 사망자 수를 이같이 추산했다고 전했다. 극장 밖 공터 두 곳에는 하늘에서도 볼 수 있도록 러시아어로 ‘어린이(дети)’라고 크게 적혀 있었지만, 러시아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기로 건물에 포탄을 쏟아 부었다.
미사일이 도심 곳곳으로 끊임없이 날아오는 탓에 구조대는 현장 접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폐허가 된 지하 방공호에 갇혀 오랜 시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출입구를 막았던 건물 잔해가 치워지면서 주민 130여명이 밖으로 빠져 나왔지만, 그 이후 추가 생존자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며칠 만에 파악된 인명 피해 규모가 대피 주민 숫자에 한참 못 미치는 만큼, 향후 구조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달 초부터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집중 포격을 받아 모든 것이 무참히 파괴됐다. 주거지역 80~90%가 초토화됐고 주민 2,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러시아군은 대피로 개설을 약속하고도 포격을 멈추지 않아 주민 수만 명이 물과 식량도 없이 도시에 갇혀 있다.
이날도 마리우폴에선 중부 자포리자로 이어지는 인도주의 통로가 어렵사리 열렸다. 그러나 러시아가 주민들을 러시아 점령지나 본토로 유인하려고 하는 탓에 안전을 장담하긴 힘든 상황이다. 대피로 개설이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리네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마리우폴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위해 인근 베르댠스크에 버스 48대를 배치했다”며 “마리우폴 주민으로 가득 찬 버스가 자포리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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