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반대... "미국에도 책임 있다" 주장
회의 후 15개국 별도 공동성명 발표
대북 제재 강화안 추후 논의… 무산 가능성 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규탄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유엔 관계자는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언론성명을 내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로 소집된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는 지난 24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화성-17형'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안을 논의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을 때 채택된 유엔 안보리 2397호 결의를 언급하며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 채택을 촉구했다.
이 결의안에 따르면 북한이 ICBM을 쏘면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라 안보리는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추가 제재는 안보리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통과돼야 기존 제재에 더해 실행될 수 있다. 기존 제재는 정유제품의 연간 공급량 상한선 50만 배럴, 원유의 연간 공급량 상한선 400만 배럴 등의 조건이다.
하지만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성명에 반대했다. 미국도 이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한반도 주변에 전략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 안보를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가 진척되지 않은 것은 양측 모두의 책임이라며 "더 이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리 공동성명이 무산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5개국은 회의 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과 함께 브라질, 아일랜드, 노르웨이, 일본, 독일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은 도발을 강화하면서 무기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위한 외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 2397호 결의안의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른 북한 제재 강화방안은 향후 안보리 회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결의안 채택을 위해선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의에서 이미 반대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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