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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암이라도 로봇 수술하면 ‘인공 항문’ 달지 않을 수 있어

입력
2022.03.28 18: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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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직장암이라도 로봇 수술 등을 통해 정밀한 수술을 시행하면 인공 항문을 달지 알고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직장암이라도 로봇 수술 등을 통해 정밀한 수술을 시행하면 인공 항문을 달지 알고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배변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 과정이 아름답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평생 복부를 통해 배설해야 하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인공 항문(장루ㆍ腸瘻)에 관한 이야기다. 대장암 환자 중 5~10% 정도는 항문을 제거할 수밖에 없어 평생 인공 항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대장암 로봇 수술 전문가’인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지 교수는 “대장암 가운데 특히 직장암에 걸리면 수술 후 인공 항문을 평생 달고 살기도 하지만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 로봇 수술 등을 활용하면 항문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 인공 항문을 만드는가.

“대장은 항문에서 15㎝ 이내의 곧게 뻗은 부위인 직장(直腸ㆍrectum)과 나머지 부분인 결장(結腸ㆍcolon)으로 나뉜다. 암이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 결장 부위에 생기면 결장암이다. 결장암 수술 시 주로 암 부위만 절제하고 양끝을 문합(吻合ㆍ연결)하는데 인공 항문을 만들지 않아도 될 때가 대부분이다. 반면 직장암은 암 부위가 항문과 너무 가까우면 항문 괄약근(항문 조임근)을 항문과 함께 절제하고 영구적으로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직장암이라도 모두 인공 항문을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암이 항문과 매우 가까운 곳에 생겨 이 부위를 절제한 후 대장과 이어줄 수 있는 정상 직장이 항문 근처에 남지 않았거나 암이 항문 괄약근까지 침범하면 항문을 살리기 매우 어렵다.

이때는 종양과 함께 항문을 절제한 뒤 인공 항문을 만들어준다. 인공 항문은 주로 복부에 만드는데 소장이나 대장 일부를 바깥으로 꺼내어 대변이 배출되도록 한다. 인공 항문을 일시적으로 달기도 한다. 직장암 수술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수술 후 문합부 누출 가능성이 높거나, 누출돼도 복막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인공 항문 수술을 받은 환자 생활은.

“처음에는 24시간 비닐 주머니를 달고 생활해야 한다. 대변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 기능이 회복되고 식사 시간과 식사량을 조절하면 배변 횟수와 시간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또 몇 가지 식품만 피하면 불쾌한 냄새도 막을 수 있어 수술 전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수영 같은 운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전과 비교해 여러 가지 신체ㆍ정신적 불편이 많은 건 사실이다.”

-암 위치에 따라 수술법도 달라질 것 같은데.

“직장암 위치를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편의상 상부(항문연에서 8㎝ 이상), 중부(항문연에서 4~8㎝), 하부(항문연에서 4㎝ 이하) 등 세 부분으로 나눈다. 항문연(anal verge)은 항문과 회음부 사이의 경계를 말한다. 상부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대부분 보존할 수 있는데 직장ㆍ결장을 절제하고 문합술(吻合術ㆍ연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중부 직장암은 저위전방절제술이나 직장 대부분을 절제하고 항문 거근(항문 올림근ㆍ항문 괄약근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서 배변 조절) 높이에서 연결하는 초저위전방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중부 직장암까지는 항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술할 수 있지만 하부 직장암은 항문을 보존하기 쉽지 않다. 암이 항문 괄약근을 침범하지 않아 항문 기능 보존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수술 전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초저위전방절제술을 시행한다. 드물게 외괄약근만 남기고 직장을 제거한 후 대장과 연결하는 괄약근간(間)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직장암 수술에 로봇이 많이 활용되는데.

“로봇 수술이 발달되면서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전에는 암이 항문 입구에서 4~5㎝ 이내에 있으면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 항문을 영구적으로 달고 살아야 했다. 요즘은 외괄약근이라도 남기려고 정교한 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직장은 신경과 혈관이 여러 갈래 지나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ㆍ정낭ㆍ정관ㆍ방광 등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어 정밀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이렇게 좁은 골반부를 안정적으로 수술하려면 로봇 수술이 크게 유리하다.”

-복강경 수술에 비교해 로봇 수술의 장점은.

“장단점은 명확하다. 복강경 수술은 기구를 손으로 잡고 조작하므로 집도의의 손이 떨리면 기구도 역시 떨리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로봇 수술은 구멍을 하나만 내는 단일공을 시행하는데, 떨림 보정 기능이 있어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또한 수술 시야 확보 측면에서도 로봇 수술이 유리하다. 시야가 복강경보다 넓고 3차원 영상이 제공되기에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 정밀 수술이 가능해졌다.

일례로 하부 직장암 수술에서 항문보존술식이 가능한 경우가 개복 및 복강경 수술 시 44% 정도이지만 로봇 수술은 78% 정도다. 다만 로봇 수술은 수술비가 비싸 모두 로봇 수술을 하기보다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시행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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