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서초구 재건축 단지 가격 들썩
인수위 "시장 불안 없도록 이행 전략 마련"
재건축 안전진단 우선적 손볼 전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아직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기대 심리만으로 움직여 강남구와 서초구 집값을 끌어올렸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시장 불안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예의주시하며,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27일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이후 재건축 규제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적인 시장 불안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이행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무보고에서는 지난 5년간 국민이 원하는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참석자 모두 공감했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는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는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982년에 준공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는 지난 17일 59억5,000만 원(4층)에 거래돼 작년 3월 종전 신고가(50억 원)를 갈아치웠다. 준공 46년차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아파트 전용면적 139㎡도 지난 21일 42억5,000만 원(12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로도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확인된다. 이달 셋째 주(21일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나란히 0.01% 올라 8주 만에 상승 전환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신고가가 발생해 상승 전환됐다”며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수위 내에서도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행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손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정성 가중치 하향(50%→30%) 방안 등을 약속했다. 이 중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요청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속도 조절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선에서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국토부 시행령·행정규칙 개정만으로도 시행 가능하다.
이밖에 강남, 목동, 여의도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와 공조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연장하는 방안도 투기 억제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아직 정책 전반을 살펴보는 단계라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인수위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총 18명 규모로 꾸려 규제 완화와 공급 방안 등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부동산 TF 첫 회의를 열어 국토부 업무보고 내용을 새로 합류하는 외부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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