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 권좌 남을 수 없다" 발언 논란 가열
마크롱 "이런 말 안 쓸 것"...공화 의원 "끔찍한 실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자체에는 큰 영향 없을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퇴진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 정권 교체 추진 의미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발언의 적절성을 두고 미국 안팎에서 비판이 계속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빠진 미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벨기에와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푸틴 제거를 원하는가, 정권 교체를 요구했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루 전 폴란드에서 연설하는 와중에 원고에 없이 추가했던 “이 남자(푸틴)는 권좌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한 해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 직후 미국의 푸틴 축출 시도 가능성 때문에 세계가 술렁였다. 이에 백악관은 “(그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인접국에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지 러시아 정권 교체를 말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과 다른 나라에선 지적이 쏟아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현지 TV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나는 이런 말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려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짐 리쉬 공화당 상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 연설은 훌륭했다고 하면서도 푸틴 퇴진 관련 언급은 “끔찍한 실수”라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 발언이 심각하게 경색된 미러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고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말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더 큰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미국의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러 간 대화 통로는 단절되고 있다.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 추가 추방 방침을 통보하면서 1950년대 냉전 초기 미소 대립 때보다도 외교 상황이 심각해졌다. 게다가 미러 국방당국 접촉도 끊겨 군사적 오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렇게 미러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기름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공세 강도를 높이는 빌미를 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러시아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WP에 “푸틴은 오랫동안 정권 교체를 모색하는 서방에 편집증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추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옹호론도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매우 명확한 연설을 했고 그는 단호한 말을 사용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푸틴이 폭탄을 사용한다는 것을 기억하자”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대부분의 반응은 이번 발언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공식 발표로 푸틴 대통령의 전범 재판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대통령 축출 발언이 그렇게 심각한 의미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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